北, 수도 평양 방역 위해 ‘전국 부랑자 통제’ 방침 내려

김정은, 함경북도 당위원장 올린 제안서 비준…부랑자들 보안서 대기실에 전부 수용

19년 6월 초 함경북도 하삼봉 모습. / 사진=데일리NK 소식통

북한 당국이 최근 지역을 옮겨 다니며 구걸하거나 절도 행위를 하는 부랑자들에 대한 통제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혁명의 수도 평양으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함경북도 당위원장이 청진, 온성, 경성, 길주역 등 역전에서 동냥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9~18살 애들이 갑자기 증가하고 있는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서를 올렸다”며 “이를 보신 원수님(김정은 위원장)께서 지난 20일 제안서에 비준하셨고, 이에 따라 전국에 방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비준을 받아 내려진 방침은 도(道)별로 24일까지 확인된 부랑자 수 통계를 내어 보고하고, 이들에 대한 통제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함경북도 당위원장의 제안서를 받은 중앙당에서는 이 사안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고 보고 전국 도별로 부랑자들에 관한 상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방침에 따라 북한 당국의 통제 대상이 된 이들은 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꽃제비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부랑자들로, 북한 내에서는 ‘비라리하러 다니는 자들’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본래 한 지역에 머물렀으나, 최근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비교적 생활환경이 나은 타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구걸 및 절도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방침이 내려진 뒤 함경북도에서는 도·시·군 당(黨), 인민위원회, 보안서, 보위부 책임일꾼들이 참가한 안전집행위원회에서 비라리하러 다니는 자들을 처리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고, 도 보안국과 철도 보안서가 25일부터 집행에 나섰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보안국과 철도 보안서는 역 주변의 부랑자들을 붙잡아 각 시·군 보안서 대기실에 수용하고 있으며, 향후 주민등록 조사를 거쳐 본적지 또는 이전 거주지로 이들을 이송할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에 현재 다른 도 단위 행정구역으로의 이동이 금지되고 있어, 다른 도에 본적 또는 거주지를 두고 있는 부랑자들은 일단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현 소재지 보안국에 수용됐다가 추후 이송 조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도 보안국은 지방 방역소와 협조해 현재 각 보안서 대기실에 수용된 부랑자들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 방침은 비라리하러 다니는 자들의 행렬이 평양으로 들어가 비루스(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며 “평소 같았으면 그냥 놔두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나 법적으로 처벌하는 애들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니 이들이 평양에까지 못 들어가게 하려고 붙잡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방침 집행 후 현지 주민들은 ‘평양과의 격차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등 씁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국경 폐쇄로 밀수가 차단된 상황에서 배급은 끊기고 지원 부담은 계속 늘고 있는데, 평양만큼은 특별히 관리되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보안서에 붙잡혀가는 부랑자들과 비교해 자신이 훨씬 더 나은 처지에 놓여있다며 위안을 얻는 주민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