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역검열 ‘불합격’에 긴급 개학 연기…1일→3일로 미뤄

소식통 "학부모들까지 동원해 방역소독·미화위생 사업 벌이는 중"…교육성 '3일엔 무조건 개학' 방침

지난 7월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당초 1일에 실시하려던 고급중학교 3학년생 이하 학생들의 개학을 3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방역검열에서 ‘불합격’을 통보받은 학교들이 많아 긴급하게 개학일을 이틀 뒤로 연기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30일 각 도·시·군 방역소를 포함한 비상방역위원회가 전국의 학교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방역검열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불합격된 곳이 많아 교육성이 급히 개학을 이달 3일로 미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는 60%, 함경북도는 70% 이상의 학교들이 방역검열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평양의 경우에도 50% 정도의 학교들이 이에 해당됐다. 방역검열 결과에 따라 긴급하게 개학 연기 통보를 내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처 연락이 닿지 못한 학생들이 예비등교일이었던 지난달 30일 학교에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교육시설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방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필요한 물품은 보장해 주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물품을 마련해야 했으나, 여건이 되질 않아 그간 제대로 방역소독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현대화비’라는 명목으로 신입생(소학교 1학년, 초급중학교 1학년, 고급중학교 1학년)들에게 2만 원씩, 그 외 다른 학년 학생들에게는 1만 원씩 사실상의 방역비용을 거두는 등 세부담을 지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소독기구나 약은 정치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남조선(한국)에서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을 자체로 만들어 학교들에 풍족하게 공급해 주지 못하는가’라는 말들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학교별 방역소독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근본적인 개학 연기 사유로 들고 있지만, 기본적인 미화·위생사업조차 진행되지 않은 곳들이 허다해 예정대로 1일에 개학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창틀에 먼지가 뿌옇게 쌓여있거나, 겨울에 깨진 유리창도 제대로 끼워져있지 않는 등 개학 준비가 안 된 학교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현재 북한에서는 전국적으로 6월 3일 개학 보장이 사활적인 문제로 제기돼 학부모들까지 동원해서 이른바 ‘깜빠니아’(캠페인)식으로 5월 31일과 6월 1~2일 등 사흘간 방역소독 및 미화·위생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전국적인 대농기간(농촌지원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있는 부모들 중 학교 방역에 나간다고 하면 사흘간은 무조건 농촌지원전투에 빠져도 될 정도로 깜빠니아적으로 달려들고 있다”며 “직장에 나가는 부모들은 오전에 기업소에 출근했다가 오후 2시부터 학교 방역 동원을 나가고 있고, 장사하는 부모들은 오전에 학교에 동원 갔다가 오후에 시장으로 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학부모들은 마당을 쓸고 잔디를 깎거나, 보도블록 사이의 잡초를 뽑는 허드렛일은 물론 구더기가 들끓는 실외 화장실에서 인분을 퍼내거나 소독용 가루를 뿌리는 등의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소식통은 “지금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는 상표 없는 방역 약들이 보급됐는데, 방역위원회 책임일군(간부)들은 ‘국가에서 급생산돼 나라의 미래가 달린 후대교육사업을 위해 비상으로 보급하는 소독약들과 소독제임을 명심하고 주인다운 자세에서 양심적으로 학교와 교실 내외 방역사업을 알심있게(야무지게) 진행하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교육성에서는 오는 3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학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남도 태탄군 등 각 도마다 가장 심각한 상태로 지적되는 지역의 학교들도 3일에는 무조건 개학을 보장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이를 어떻게든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최근 평양을 비롯한 도·직할시 소재지의 각 지역 인민반과 탁아소에서는 올해 탁아소에 보낼 자식이 있는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는데 전체의 82%가 ‘보내지 않겠다’며 탁아소 등록 거부 의사를 표했다는 전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