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대선 후 북미대화 적극 추진 방침…다만 비핵화는 아냐”

김 위원장, 黨군사위 확대회의 前 외무성·군수공업부에 핵개발-외교전략 구상 밝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케빈 림, 더 스트레이츠타임즈(Kevin Lim, THE STRAITS TIME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黨)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5월 23일)가 열리기 전(前) 주요 부처 간부들에게 외교 전략과 핵 개발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핵 억지력을 강화한 후 치밀한 외교 전략으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1일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 김 위원장은 외무성과 군수공업부 주요 간부들을 모아놓고 담화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담화에서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외교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면서 2021년 본격화될 대미 외교 전략에 맞춰 올 하반기에는 ‘핵 무력 고도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의 실무를 담당하는 외무성과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군수공업부 간부들 앞에서 이 같은 담화를 진행한 건 김 위원장의 향후 구상에서 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즉, 다시 말해 김 위원장은 북미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를 현재의 외화 고갈과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보고 있으면서도 ‘핵’을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에 제재 해제 따위에 목이 매여 어떤 기대를 갖을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북미 대화의 완전한 종결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국이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 등 미국의 태도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실제로 북한은 올 초부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대미 협상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2021년을 조미(북미)회담의 재개 기기로 보고 계획 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미 문제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핵 문제는 항상 최선희 제1부상이 관할하는 사항이었고 지금도 이 권한은 유지되고 있다”며 “리선권을 외무상에 임명했다고 해서 이것이 대미 강경 노선으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 대화 재개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북미대화 재개 준비작업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직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무력은 우리 공화국 안위와 힘의 기반이며 인민의 자강력’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핵을 버리길 기대하는 것은 미국의 오산’이라고 언급했다.

외무성 간부들에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짤 것을 지시하면서, 동시에 군수공업부에는 빠른 시일 내에 핵억지력을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확대회의 이후 북한 내부에선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국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대미 도발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본지는 최근 북한 군(軍)에 실전배치된 전술·전략 무기들은 대미가 아니라 대남(對南) 및 대일(對日)용이며 북한 당국은 미국 대선 이후 자신들이 예상대로 정세가 흘러가지 않을 경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군사 도발에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SLBM 등 전략무기 실전배치에 따른 조직·戰時 작전계획 재편)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실전배치했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정도의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남조선(한국)과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에 대한 수위는 낮춤으로써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 미일) 동맹을 흔들고 차후 조미회담의 환경을 만드는 게 첫 번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