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라인 정비하나

북한이 6ㆍ15 5주년 공동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정부대표단을 맞이할 대표단의 단장에 노동당 중앙위 비서인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내정해 북한 대남라인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김기남 비서의 등장시점이 북한의 대남라인을 이끌어온 고위 인사들이 사망 또는 지병으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일전선부장을 맡아온 김용순 당중앙위 비서는 2003년 10월 교통사고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도 2004년 9월 지병으로 각각 사망했다.

여기에다 이번 남북관계 재개의 주역 중의 한 명인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폐암 투병설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하는 것이 북한내 대남라인이 정리되지 못한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결단을 이끌어낼 인물의 부재 때문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그동안 조평통과는 전혀 상관없던 김기남 비서가 부위원장에 임명돼 이번 북측 대표단장을 맡으면서 김 비서가 그동안 역사문제와 사상 문제를 맡던데서 대남담당으로 역할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군 4ㆍ25예술영화촬영소가 창작한 경희극 ‘생명’을 관람하는데도 동행하는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미국과 핵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문제’를 다루는 대남담당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김 비서의 업무영역을 바꾸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관례에 비춰 김기남 비서가 이번 행사의 단장을 맡는 것이 다소 이례적이다”며 “하지만 대남담당으로 완전히 업무를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번에 조평통 부위원장에 자리를 잡은 김기남 비서와 병마를 딛고 일어나 공동행사에 참가하는 림동옥 제1부부장이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8ㆍ15 공동행사에도 참가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될 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이번 북한 대표단에는 그동안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낯익은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으나 김령성 전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은 눈에 띄지 않아 신병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반면 장관급회담 단장을 맡았던 전금진 내각책임 참사, 적십자회담 대표였던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대구유니버시아드 북한 대표단 지원단장을 맡았던 김명보 아태평화위 실장 등은 이번 행사에 자문위원으로 포함돼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