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인 가족까지 피해복구에 동원시켜놓고… “강요 아니다”

총정치국, 가족지도과 통해 ‘지원 앞장서라’ 지시...소식통 "곡식 톤 단위로 바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함경남도 일대의 수해 복구 사업 현황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군인 가족들에게까지 수해 피해복구 지원을 강요하고 나섰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23일 데일리NK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군(全軍)의 군단, 사령부, 훈련소 등 육해공 군종, 병종사령부 정치부들과 가족지도과로 ‘군인 가족들은 피해복구현장 지원에 적극 앞장서라’는 총정치국 지시가 하달됐다.

총정치국은 또 ‘군인, 군관 가족들도 돌격대로 묶여 주둔지역과 인근 수해 피해복구 건설장들에 노력적, 물질적 지원을 해라’ ‘10월 10일(당 창건일 75주년) 전(前)으로 그 결과를 총화(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지원 사업에 대해 총정치국은 ‘요구나 강요가 아니라 철저히 자각성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북한은 올여름 대홍수와 태풍이 잇따라 강타하면서 농경지와 살림집, 공공건물, 도로, 교량, 철도, 발전소 등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군은 하기 훈련(7~9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거 복구 작업에 투입했고, 평양 당원들도 조직하는 등 소위 ‘전투’ 모드로 몰입했다. 또한 전국 당원들에게도 물질적 지원을 강요하고 있다.

이번 군인 가족들의 동원령도 이 같은 조치의 연장선으로, ‘모범 창출로 국난을 극복하자’는 북한의 전형적인 사회 통제 방식이 재차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10월 10일에 맞춰 대대적으로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가능한 인원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를 두고 보겠다’는 군 당국의 압박에 곳곳에서는 ‘군인 가족 소대’라는 돌격대 단위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즉각 부대 주둔 지역과 인근 수해 복구 건설장에 투입됐다. 다만 큰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의 군인 가족들은 물질적 지원에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주요 군 간부 가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양의 지원품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경쟁심을 유도하는 당국의 정책에 따라 다른 간부들에게 처지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소식통은 “어느 지역 보위부장의 안해(아내)는 강냉이(옥수수) 3톤을 피해 복구 현장에 지원했다고 한다”면서 “이처럼 능력이 그나마 있는 간부집에서는 쌀이나 곡식을 톤 단위로 내놓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 가족지도과=각 군부대 정치부 직속 기관으로, 군 당국은 이를 통해 군인 가족들의 조직 생활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통제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