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위력 과시-내부 결속 위해 레드라인 넘는 도발 가능성”

대선 앞두고 ‘북한 패싱’ 시도 트럼프 대통령...전문가 "상황 관리 수준 행보 이어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the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ingapore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후 본격적으로 대선 가도를 달릴 준비를 하면서 대북 정책에 힘을 빼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에 나서기 보다는 북한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만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은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웡 특별부대표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이후 그의 자리를 대신해 대북 관련 업무를 총괄해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에는 마크 램버트 전 국무부 대북특사를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에 임명했으며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은 아시아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왔던 미국의 핵심 대북 라인이 모두 공석이 된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패싱’은 북한 이슈를 활성화하는 것이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웡 부대표가 유엔차석대사에 임명된 것을 포함해 미국의 대북 실무 라인이 공석이 된 것은 본격적으로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을 포함한 대북 정책이 중요도에서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은 11월 대선까지 특별한 대북 조치나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문제를 이슈화하기 보다는 북한이 금지선을 넘는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기 위해 더 이상의 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공을 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도 “미국 대선에서 북한 문제를 포함한 대외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더욱이 북한 문제는 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큰 부분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굳이 대북 정책을 확대해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CNN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치러질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북제재의 고삐를 조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제재 틀 안에 묶어두려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자유아시아(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조만간 쉽게 재개될 것 같지 않다면서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제재 이행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웡 부대표가 제재 문제가 다뤄지는 유엔에서 새 직책을 맡아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웡 부대표의 유엔차석대사로의 자리 이동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가 아니라 대북제재 이행 관리에 방점을 두기 위한 의도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에 대한 중요도를 후순위로 밀어낼 경우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 교수는 “필요에 따라서는 북한이 도발 등 미국의 관심을 끌만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상대로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위 높은 도발을 하진 않겠지만 중·단거리 정도의 미사일 발사로 유인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전에 미국에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선 전에 레드라인에 근접한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더 강력해지기 전에 다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도발 중지를 공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새로운 전략무기가 완성이 되면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은 체제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기 때문에 지금처럼 내부 경제가 악화되고 내부 불만이 쌓이면 이를 외부로 분출시키기 위해 도발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등 여러가지 문제로 내부가 불안정해지면 미국 대선 일정과 상관없이 도발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