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대화 제안하자마자 미사일 발사…왜?

전문가 "협상 전 기선제압 및 성능 테스트 마무리 의도"

최선희 북한 외부성 부상
최선희 북한 외부성 부상. / 사진=연합

북한이 이달 말 북미 대화를 열 용의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지 반나절도 안 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동시에 무력 시위를 강행하는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밤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담화문을 통해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북한)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북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 있다고 거듭 공언한데 대하여 유의했다”며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새로운 계산법’을 강조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조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부응해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담 이후 대화 재개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대미 비난을 이어가던 북한이 실무협상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핵무장론이 북한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6일(현지 시간) 미시간대 강연에서 “키신저 박사가 북한 핵무기 제거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실패한다면 이후엔 아시아 지역의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한일 핵무장론 검토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화 테이블 복귀 선언이 대외적 요인 보다는 내부적 상황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고위급 탈북민은 10일 데일리NK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이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연구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에서 명확한 협상안을 완성했기 때문에 대화에 전면적으로 나오려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북한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런 가운데 북한은 10일 오전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측되는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최 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지 불과 반나절도 안 돼 무력 도발을 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이번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330km로 탐지하였으며 추가적인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며 “현재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합참은 “북한의 이 같은 행위는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강온 정책을 동시에 펴는 것을 두고 미국이 조성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동시에 무력 시위를 강행하는 것은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기선잡기용 카드”라며 “본인들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며 미국에 확실히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술적 필요에 의한 발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본격 협상이 시작되기 전 미사일 성능 테스트를 완료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으로, 향후에도 미사일 발사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자금이 풍부한 나라도 아닌데 돈이 많이 드는 미사일 발사를 지속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하고 협상 분위기가 좋았을 때는 발사하기 어려웠었기 때문에 그동안 미뤄놨던 시험을 빨리 종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