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심의’ 합동 모니터링…단체장들 “北, 주민피해 반영 안해”

北, 유엔서 "인권 유린 주장 황당" 일관...전문가 "북한 압박 명분 만들어져"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지 약 5시간 흐른 9일 오후 9시. 국내외 북한인권 단체들이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국민통일방송 사무실에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보편적인권정례검토(UPR)’를 함께 시청하기 위한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행사는 ‘실시간 합동 모니터링’을 통해 북한인권의 최근 실태와 함께 북한의 주장 및 인식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진단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여기서 UPR은 2008년을 시작으로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사하는 절차다.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은 1, 2차 주기를 통해 두 번의 UPR을 거쳤으며 북한도 2009년과 2014년 UPR을 받은 바 있다.

이번 UPR 3차 주기는 1차와 2차 UPR에서 제시된 권고 중 후속조치와 이행과정을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해당 국가 내 최근 주요 인권 관련 동향을 살피는 자리였다.

드디어 북한 차례. 일단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자체가 황당하다는 주장을 늘어놨다.

한태성 주 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는 9일(현지시간) “공화국(북한)은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국으로 인민들의 참다운 인권을 제도적으로 물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 행정적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인민대중을 놓고 보는 것이 국가원칙인 공화국에서 제도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이 있다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다”고 했다.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에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유린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대 세력이 주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북한 주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태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가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UPR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UN WEB TV 캡처

행사장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권은경 북한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북한 당국이 유엔 인권 문제에 대응하는 전형적인 모습이고 이전의 대응과 별다른 다른 차이점이 없는 내용이다”고 지적했다.

권 사무국장은 이어 “북한의 주장은 인권 문제가 심각한 국가들의 가장 전형적인 인권 대응패턴으로 제도적, 원론적 이야기만 주장만 담기고 실제 북한 인권 피해 사례 같은 주민들의 현실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 당국은 북한인권 문제는 탈북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대사는 “인권 문제에 대한 반(反)공화국 정보는 모두 탈북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말이다”며 “이로 인해 공화국에 대한 불신을 커져왔다”고 했다.

UPR에 함께 참석한 이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도 외부에서 제기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교화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강제노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이 부장은 “교화소에 일어나는 노동은 법적으로 내린 정당한 조치이며 수인들에게는 적절한 위생과 주거 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교화소 수인들에 대한 학대, 비문화적인 행위, 비 교화적인 노동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은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나 정치범 수용소라는 표현 자체가 없고 반국가 범죄자와 그들에 대한 형벌을 위한 교화소만 있다”며 “반국가 범죄자들은 적대세력들이 공화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들여보내는 간첩, 테러 분자, 암해분자들로 수도 얼마되지 않고 그들은 단지 교화소에서 일반 수형자들과 분리해 교화시키고 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지성호 나우(NAUH) 대표가 나섰다. 그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여기 한국에 있는데 북한이 정치범수용소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를 감추기 위해) 자신들의 법에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모습에 한심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북한인권 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보편적인권정례검토(UPR)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이날 UPR에 참여한 다른 회원국들도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북한에 초법적인 사형을 없애고 유엔특별보고관의 방북 허용, 종교 자유의 보장을 요구했으며 영국은 북한에서 인권 유린 행위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며 강제 노동의 폐지를 촉구했다.

호주 역시 북한 인권 문제는 반인도 범죄 수준이고 개선의 증거가 없다며 변호 없는 재판, 성분제, 사형제를 철폐하고 여성폭력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는 고문, 비인간적인 차별, 연좌제를 철폐하고 학교 교육에서 인권 문제를 개선하라고 주문했으며 우루과이, 아이슬란드는 1969년 KAL기 납치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에 피랍자 송환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고문방지협약과 인종차별철폐협약 가입을 촉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북한이 유엔 및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남북이 인권의 관점에서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한 협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북한이 이번 UPR에서 다른 국가들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고문, 초법적인 처형 등에 대해서 지적한 것을 예상하고 문서를 준비해온 것 같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이 비록 거짓말이고 은폐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인식하게 만든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속된 지적에 북한이 반응하고 준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북한이 과거에 비해 부끄러운 거짓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많아졌으며 이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며 “예를 들어 북한이 교화소에 대해 인정을 한 만큼 차후에 유엔 특별보고관이나 관계자들의 방북 시 그들이 교화소를 현장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권은경 사무국장도 “향후 유엔 인권 이사회에 제시하는 권고안들을 5년간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실행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국제 인권 NGO의 다음 역할이다”며 CRC(아동권리협약)나 CEDAW(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유엔 인권 메커니즘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변화를 촉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UPR 실무그룹은 북한에 제시할 권고를 오는 14일 오후 5시에 채택할 예정이며 공식 보고서는 9월 유엔 총회에 보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