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완전한 비핵화 불가능 염두…北 태도 변화에 초점”

[인터뷰] 이근영 박사 “北, 연말 시한 넘기면 내년 초 핵실험 감행할 수도”

이근영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연구원
이근영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와글로벌전략연구원 방문연구원. / 사진=이근영 연구원 제공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이 결렬된 후 일부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관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늘 한발 뒤에서 “북미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북미 간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며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근영 중국 사회과학원 방문연구원은 “중국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운을 뗐다.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바란다는 얘기다. 다만 북한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게 중국이 원하는 비핵화 협상의 큰 그림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달 초 데일리NK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연구원은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NTP(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게 해서 국제사회의 틀 안에서 핵무기를 관리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북한 비핵화 방안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맞바꾸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안(案)대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미 간 대화를 지지하는 중국의 이면에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포함돼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전언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 학자들은 비핵화 협상 결과에 따라 내년 초 북한이 핵실험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 중국이 원하는 비핵화 협상의 이상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주변 국가와의 불안을 조성하지 않고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다. 핵이 있고 없고는 북한 스스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이 올 12월이 넘어가면 오히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기 전보다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나 핵실험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중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정도는 핵을 가졌으니 국제사회의 관리 안으로 들어오든지 불법적으로 실험을 하지 말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NPT를 가입하게 하고 핵무기를 관리하면서 국제사회의 감시 안에서 조용히 있게 하는 것, 그게 중국이 예상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것인가

“북한의 핵을 관리하는 방법은 그 길 밖에 없다. 이미 NPT에서 북한의 가입을 공식화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면 90년대 말이든 2000년대든 이미 어떤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실전배치 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을 중립적인 틀 안으로 데려가서 점진적으로 핵을 무기가 아닌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은 USB에 묻어 놓으면 관여할 수가 없다.”

– 이미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기술을 내 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또 현재 북한과 미국의 신뢰 관계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공개하고 폐기하겠다고 해도 미국이 이것을 100%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USB에 묻어 놓은 기술까지 다 가져오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너희 창고에 핵탄두 다 내놔’라고 해서 북한이 50개를 내놨다고 치자. 그런데 미국이 ‘내가 다 조사해봤는데 30개 더 있는데?’ 그러면 만들어서 갖다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미국과 북한이 결국은 그런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 신뢰 관계의 연결 다리가 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틀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 북한은 미국의 태도변화와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압박하고 있다. 영변과 동창리를 내놓는다 해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북한은 지금 급하다. 경제난을 겪고 있고 식량 사정도 굉장히 좋지 않다. 예전에 당이 원했던 것은 물품이었는데 지금은 달러다. 그런데 지금 달러를 수급하기도 쉽지 않다. 또 원자재도 부족하다. 올 여름에만 해도 원산에 호텔 짓는데 처음에는 완공 기한을 2021년으로 했다가 2022년으로 연장시켰다. 그만큼 원자재가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이 근본적인 문제에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계관, 김영철까지 등장시켜 연말 시한을 계속 강조하는 것을 보면 북한은 연말에 큰 틀 안에서 한번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어쨌든 핵은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다만 북한이 연말이라고 정한 시한 안에 뭔가를 한번에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은 곧 100% 비핵화는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100% 비핵화라는 것은 굉장히 오랜시간 동안 검증과 절차를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선에서 타결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비핵화가 안 되는 것이다.”

– 결국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의도 안 된 상황에서 연말에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는 북미 간 협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지금 미국과 북한은 목적지가 다르다. 양측이 생각하는 비핵화 목표가 다른 것이다. 북한은 뭔가를 해서 타개하고 싶은 것이고 미국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가 재선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재선을 위해 트럼프가 빅딜을 할 것이고 김정은도 여기에 맞춰 빅딜을 받을 것이라고 보지만 핵무기 포기는 안할 것이 뻔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 간 협상에 있어서 중국은 자신만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이 하고 싶은 말을 미국에 대신 해줄 수 있다. 또 한국은 필요에 따라 중국과 협력한다는 사실을 미국에 보여줌으로해서 미국과의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혹자들이 보기에는 차이나패싱을 해결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일부는 맞다. 하지만 중국은 떡을 나누는 대신에 파이를 크게 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중국은 항상 거래할 때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안을 제시하고 움직인다. 항상 그것을 염두해 둬야 한다.”

– 북한에서 원자재가 부족하긴 하지만 북중 간 무역량은 최근 소폭 상승했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조금 틔어 주기도 하지만 북한은 늘 부족하다. 북한은 외화가 필요한데 중국은 돈 대신 물건을 넣어준다. ‘너희 식량도 부족하잖아. 그러니까 식량으로 결제해줄게’ 이런 식이다. 사실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가보면 북한에 들어가는 트럭, 기차들이 끝이 안보이게 서 있다. 물품이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에게는 늘 부족한 양이다. 중국으로서는 아주 작은 배려를 해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북한과 중국이 혈맹관계라고 해서 전통적으로 친밀한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특히 김정은은 혈맹관계로 가면 중국에 종속되다는 것은 완전히 인식하고 있고 북한이 이렇게 낙후된 데에는 중국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북한과 중국은 독립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게 북중 양측의 기본 입장이다. 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에 도움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은 중국에 항상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 남북관계 개선을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나

“중국은 남북이 한민족이기 때문에 어떤 계기가 생기면 한순간에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이 중국을 소외할 것이라는 걸 중국도 알고 있다. 그 선상에서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을 텐데, 거대한 중국으로서의 역사를 찬란하게 써나가기 위해서는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정책을 잘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국이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통일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남북 통일을 찬성-반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자신들의 큰 꿈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변국가가 자신들의 꿈을 방해하지 않는 그런 상황을 원한다.

이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중국의 대북 정책과 대한국 정책의 기조는 같다고 본다. 대한반도 정책으로 포괄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관광 풀어주면 한국도 관광을 풀어준다. 중국이 한국을 조일 때는 북한도 똑같이 조인다. 우리가 보기엔 중국과 북한이 계속 내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국은 한국이 원하는 통일을 미국이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가 한국을 위한 비핵화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보인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평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