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장 재가동됐는데도…北 “현지 노동자 격리상태 유지하라”

훈춘 노동자 북한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한 공장 건물, 이곳에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NK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되면서 공장과 식당이 정상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중국 내 자국 노동자들의 업무 재개를 불허하면서 이들을 채용한 중국 기업들은 아직도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북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 공장들은 다시 문을 열었는데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에 파견된 조선(북한) 노동자들은 아직 출근을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여전히 격리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기세가 꺾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중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료를 받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북한 노동자들은 노동비자가 아닌 기술학습생 또는 산업교류생으로 신분을 속이거나 비자없이 입국했다는 측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노동비자 없이 中 파견된 北 노동자들, 임금 상승됐지만…)

또 중국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이들을 파견한 북한 무역회사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사실상 치료비를 노동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귀국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한 북한 노동자가 공장에서 작업 중 상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사장이 정식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비 지급을 거부하자 중국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곧바로 귀국한 사건이 있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말부터 북한 당국이 중국을 오가는 육·해·공 모든 경로를 폐쇄했기 때문에 중국 파견 인원 중 감염자가 발생해도 북한으로 귀국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를 지연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감염되면 치료와 비용 문제도 있지만 지금은 귀국 시킬 수도 없다”며 “이 때문에 중국에서 코로나 상황이 조금 더 잠잠해 질 때까지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휴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기업들도 불만이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중국 공장이나 식당 주인들은 노무자 몇 명이라도 청소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자 관리성원(간부)들은 당국이 지령을 내려야 일을 할 수 있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내부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 격리돼 있는 노동자들은 업무 복귀 명령을 고대하고 있다. 2개월 동안 월급을 못받고 있는데다 제공되는 식비도 턱없이 부족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바로가기:우한폐렴에 中서 자가격리 北노동자… “충성자금마련·끼니 걱정”)

소식통은 “식당의 경우 1인 당 하루 10위안(한화 약 1600원)의 식비를 주지만 이 돈으로는 하루 세 끼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겨우 끼니만 때우는 정도로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이 없는 상황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당자금 납부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북한 관리자들은 비밀리에 다른 일거리를 찾아 노동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식당 관계자는 “중국에 나오기 위해 복무원들이 빌린 돈이 수 백에서 수 천 달러”라며 “다들 빚을 내고 나왔기 때문에 돈을 못 갚을까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빚이 있는데다 당이 요구하는 충성자금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명령을 어기고 몰래 일거리를 구하고 있다”며 “위(당국)에서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충성자금은 계획대로 만들어 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언제쯤 중국 파견 노동자들의 업무 재개를 허용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주요 간부들에게도 자가격리 연장에 관한 자세한 추가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