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코로나 양성 판정 받은 北주민, 삼지연으로 ‘밀입북'”

주민사회에 "바이러스가 진짜 들어왔다" 소문 퍼져…국경 지역에 당 일꾼까지 총동원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북한군 초소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에 살던 북한 주민의 밀입북 사건이 지난 20일 양강도 삼지연에서 또 한 차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특히 한 주민은 중국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북중 접경지역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지난 20일 밤 삼지연 포태에 비법(불법)월경했던 여자 2명이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보위부와 방역지휘부 간부 가족들로부터 당시 넘어온 여성 중 한 명이 중국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전염병(코로나19) 환자라고 진술했다는 말이 나와 소문이 쫙 퍼진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에 살고 있던 35세, 27세 북한 여성들은 지난 20일 밤 삼지연시 포태동으로 몰래 입북했다가 당시 경비근무를 서던 3명의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발각됐다.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한밤중 압록강 기슭 풀숲의 움직임을 보고 이상한 낌새에 총구를 들이대면서 다가가 보니 그곳에 이 여성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

이후 이들은 삼지연시 보위부에 넘겨졌는데, 그중 한 명이 중국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격리됐다가 6일 만에 도주해 삼지연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소문으로 전해지면서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인 35살 여자는 왁찐(백신)이 아직 안 나왔다는 것을 알고 타지에서 죽게 생겼으니 죽어도 부모 얼굴을 보고 죽겠다며 같은 동네에 27살 비법월경자 여성과 함께 넘어왔다”며 “이 사건으로 삼지연은 물론이고 혜산에도 비루스(바이러스)가 진짜 들어왔다는 소문이 삽시에 퍼져 입단속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두 여성은 시 보위부 독감방에 각각 구류된 상태이며, 이 중 중국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진술한 35세 여성은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고열 증세를 보여 제대로 조사에 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 보위부는 일단 감염의심자로 분류돼 채혈 등의 검사를 마친 27세 여성의 진술에 따라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는 1차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27세 여성은 보위부 조사에서 중국 병원으로부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돼 있던 35세 여성과 연락을 주고받다 북한으로 되돌아갈 것을 결심하고 함께 도망쳐 나왔고, 삼지연으로 넘어오기 전 중국 측 압록강 기슭에 이틀간 머물며 국경경비대 교대시간을 파악해 밤 10시 50분~11시 20분 사이 30분간의 근무 공백 때 감시를 피해 강을 건너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주민사회 내에서는 당국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여성을 처형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여자는 일단 기본적으로 비법월경죄를 저질렀고 여기에 비루스를 가지고 넘어와 조국 인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후과를 초래했다는 죄까지 더해져 이중 죄로 엄히 다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총살로 죽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주민들은 함께 넘어온 27세 여성을 두고서는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아울러 소식통은 “지난 7월에 개성으로 귀향한 월남도주자 역시 전염병 사태에 들어온 거라 죄가 가중돼 처형될 수 있지만,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도 아시는 문제라 죽이지는 않고 교양자로 쓸 확률도 있다고 한다”면서 “8월 말 삼지연에 연이어 넘어온 비법월경자들 일도 원수님께서 아시긴 하나 개성 월남도주자처럼 노동신문이나 중앙텔레비죤에 언급된 적이 없어 향후 처벌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본보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4일 중국에서 살던 20세 여성이 압록강을 넘어 삼지연으로 몰래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비법월경자 中서 삼지연 넘어와…개성 이어 양강도 봉쇄?) 그보다 먼저 지난 20일 벌어진 이번 사례까지 더하면 8월에만 총 3명의 북한 주민이 중국에서 삼지연으로 넘어온 셈이다.

김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방역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8월 말 밀입북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현재 북중 접경지역에는 군부대와 보위·안전기관 일꾼들은 물론 당 일꾼들까지 총동원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당학교 졸업 후 미배치 상태로 있는 이들을 국경 지역에 파견해 인원을 보충해주고 있다”며 “중앙에서 내려온 미배치 성원의 10%는 양강도 사람이고 나머지는 모두 타지방 사람들이며, 평양 사람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