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새터민’ 명칭 사용중단 요구 거부

▲ 지난달 있었던 북한민주화위원회 창립대회 ⓒ데일리NK

지난달 통일부에 탈북자를 지칭하는 ‘새터민’ 용어사용 중단을 공식 요청했던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는 “통일부로부터 민원회신 형태로 요청을 거부당했다”고 최근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민주화위원회 앞으로 보내온 민원회신 공문에서 “정부는 기존의 탈북자라는 용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새터민이라는 용어사용을 권장해 왔다”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문은 “새터민 용어 사용 중단과 관련해서는 북한이탈주민 및 여러 관련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해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민위는 탈북자 200여명이 참석한 지난달 창립식 자리에서 “우리는 ‘새터민’이 아니라 폭압과 독재의 나라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자’”라고 주장하며 ‘새터민’이 아닌 ‘탈북자’로 용어변경 요구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다.

김정일 정권의 학정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탈북’의 의미를 무시한 채 단순 이주민을 의미하는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탈북자를 지칭하는 용어로는 실향민, 귀순용사, 탈북동포 등이 있었지만, 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가 자신을 탈북자라고 주장하면서 ‘탈북자’ 용어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김정일이 비공개 석상에서 ‘탈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그러다 통일부는 지난 2005년 탈북자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며 이를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새터민으로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통일부의 일방적 뜻풀이에 달가워하지 않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탈북자들은 “독재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온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명칭”이라며 이 용어가 생겨날 때부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황장엽 위원장도 당시 정부가 발표한 새터민 명칭에 대해 “탈북자들은 의식했건, 의식하지 않았건 북의 김정일 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라며 “이러한 심정도 모르고 섣불리 행동하는 것은 경솔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탈북자들이 새터민 명칭을 거부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새터민이 지극히 탈 정치적인 명칭’이라는 점이다.

탈북자들은 통일부가 탈북자에 대한 용어를 변경한 것은 정부가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탈북자 명칭을 바꾼 이유가 용어가 주는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남북한 간 협력시대를 맞아 정치적 색채가 강한 ‘탈북자’ 용어를 바꿔야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탈북자 용어 선정과정에서 실시했던 전자공청회에서는 ‘자유민’(29.4%) ‘이주민’(16.0%) ‘새터민’(14.1%) 순으로 선호도가 나타났지만, ‘새터민’ 용어가 정치색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선택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당시 통일부는 ‘자유북한인’ ‘탈북자’ 등 정치적 색채가 있는 용어는 아예 설문조사에서 배제했다.

이에 대해 북한민주화위원회 손정훈 사무국장은 “탈북자에서 새터민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안 되던 취업이 바로 잘 되겠느냐”며 “통일부는 탈북자 적응문제를 생각해서 이름을 바꾼 게 아니라 북한 김정일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새터민이란 용어가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의미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러한 탈북자들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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