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딸 구출에 박원순 후보도 힘 보태달라”

‘통영의 딸 구출 운동’이 경남 통영과 마산, 경북 의성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자신의 아내(신숙자)이자 딸들(혜원, 규원)을 구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자 건강 문제로 좀처럼 출타가 뜸했던 오길남 박사도 구출 운동이 진행되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7일 서울 종로에서 만난 오 박사는 “반드시 딸들을 만나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길남 박사./김태홍 기자
오 박사를 만나본 사람은 그의 건강부터 염려한다. 20년 넘게 술로 달래온 삶이다 보니 고혈압에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 당뇨병 약도 복용 중이다.


그럼에도 다음달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다. 부인 신숙자 씨는 북에 입국할 당시 서독 망명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서독 시민이었던 것이다. 독일 정부가 나서면 일이 좀 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오 씨는 아내와 딸들이 돌아올 것을 대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했다. 혜원이와 규원이가 돌아오면 빨리 교육을 시켜 사회에 내보내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오 박사는 “조선일보에 근무하는 강철환 씨 말을 들으니 자기도 수용소에 나와 잘 먹으니 키도 크고 얼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 딸들도 그러지 않겠나. 금새 예쁜 숙녀로 변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가족을 구출하는 일이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면 좋겠지만 염치없게 그런 요청은 못 하겠다. 정부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서울시민인 만큼 박원순, 나경원 후보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고 구출 서명운동에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입국했을 당시에는 글을 쓰면서 가족 구출운동에 힘썼지만 정부가 책 출간도 막았고, 이인모 송환 당시 맞송환 요구도 거절당했다”면서 “한완상 통일부총리 시절인데 정부가 남북관계를 많이 고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내와 딸들에 대한 꿈을 많이 꿨다. 아이들을 만나서 손잡고 부둥켜 안는 꿈을 꾸곤 했는데 지금은 꿈에서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 “혹시나 우리 식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런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라며 불안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서 우리 가족을 본 증언자들의 말에 따르면 내 아내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것 같다.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몸이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영양문제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아내 신 씨는 독일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할 당시 혈액을 취급하다가 간염에 걸렸다. 그리고 교통사고 후유증까지 앓고 있었다. 오 박사가 입북을 결정한 것은 아내의 치료를 보장한다는 작곡가 윤이상의 회유 때문이기도 했다.


오 박사는 “우리 가족의 문제는 이념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문제, 인간 생명의 문제이다. 좌우 이념을 떠나 인간 생명문제 차원에서 북한 정부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길남 가족 억류사건=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정치망명한 오길남은 재독 간첩 김종한과 작곡가 윤희상의 회유에 넘어가 1985년 12월 가족을 데리고 입북했다. 1986년 11월 오 씨만 공작 임무를 띠고 덴마크 코펜하겐을 찾았다가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아내 신숙자 씨와 두 딸 혜원, 규원은 요덕수용소에 끌려가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숙자 모녀의 정치범수용소 수감 사실은 같은 수용소 출신 탈북자 강철환, 김태진 씨 등의 증언으로 뒷받침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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