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완전한 비핵화’ 다시 외친 北…속으로는 고민중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과 만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대화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던 북한이 12일과 13일 외곽매체를 통해 연이어 입장을 표명했다. 12일에는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의오늘’, 13일에는 ‘메아리’를 통해 입장을 내놨는데, 세 매체의 글에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들어가 있다.

싱가포르 조미(북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하노이 이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와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의 수상한 움직임이 주목받는 시점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외부에서 도발 재개 가능성을 주시하는 시점에 북한이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것은 당장 대화판을 깨뜨리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 나름의 상황관리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 ‘하노이 해법계속 주장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도 아닌 듯 하다. 11일 ‘통일신보’와 13일 ‘메아리’는 북한이 하노이에서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를 제안”했다며, 북한이 제안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한 부분적 제재해제 요구는 현 단계에서의 미국 정부의 입장과 요구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계적 해법에 따라 북한이 주장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생제재 해제의 교환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이 볼턴과 비건, 폼페이오까지 동원해 연일 빅딜식 일괄타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카드로 내세운 하노이식 단계적 해법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북한이 기존 주장을 계속 고수하기로 했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할 것 같다. 북한의 입장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같은 비중 있는 공식 매체가 아니라 대외선전용 외곽 인터넷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는 것도 북한의 입장이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해 불필요한 긴장 조성을 방지하고 기존 하노이 해법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면서 북한 내부적으로는 시간을 갖고 향후 행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협상 국면 이어갈 카드 갖고 있어

영변 플러스 알파, 즉 영변 외 비핵화를 놓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가정하더라도 협상이 반드시 깨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협상 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카드가 북한에게 존재한다. 미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지는 않더라도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방식이다.

영변 외 비핵화는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물질, 핵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폐기 등 여러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한두 가지만이라도 북한이 폐기 의사를 밝히면 북미대화는 재개된다. 미국이 지금 북한 핵 전체의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교환하는 빅딜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협상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북미 협상이 재개돼도 영변 외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 북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긴 하겠지만, 북한이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순간 북미대화는 다시 일련의 협상국면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영변 외 비핵화의사, 에서 이끌어내야

결국, 북한이 고민 끝에 내놓는 카드가 ‘영변 외 비핵화’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북미대화의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촉진자(중재자라는 용어 대신 정부가 촉진자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역할을 자임하는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시작했는지 모르나, 정부의 주요 역할도 북한으로부터 ‘영변 외 비핵화’ 수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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