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아 남북, 북미 간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판문점에서는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의원 등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언제든 준비돼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지구의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6월 남북정상회담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연이어 밝힌 것으로 볼 때,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6월을 교착을 푸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박지원 의원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이번 고위급 만남이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는 점으로 볼 때, 정의용 실장도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6월 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착을 푸는 핵심고리, 북한은 움직일까
분위기는 이렇게 무르익어가는 듯 보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정말 알맹이 있는 내용으로 연결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교착을 푸는 핵심고리인 북한이 움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며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북한이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변 핵시설만의 비핵화를 주장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북한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사실상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타협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교착을 풀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요구는 영변 외 지역까지 한꺼번에 비핵화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가 있는지 밝히라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영변 외 지역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만 밝히면 교착상태는 풀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협상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의 물꼬를 터주는 입장변화만 보이면 협상은 재개되는 것이다.
북한이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의사를 밝히더라도 북한에게는 수많은 카드가 남아 있다. 영변 이외의 어느 지역을 비핵화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핵물질과 핵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의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이미 비핵화 의사를 밝힌 영변 핵시설은 언제 어떤 단계를 거쳐 해체할 것인지, 단계단계마다 미국과 협상하며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것이 북한에게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변 외 비핵화’ 협상 의사만 밝히면 되는데
문 대통령은 6월이라는 계기를 살려 교착상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의 희망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해서도 협상할 의지를 밝힌다면 국면은 다시 협상 쪽으로 전환될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지만 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국면을 살려 나가기를 바란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만 보낼 게 아니라, 지금 한 클릭만 이동하면 된다. ‘영변 외 비핵화’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그러한 일이 6월 안에 가능할까. 결단은 대통령의 말마따나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