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左는 北인권, 右는 南인권 관심가져야”

▲ 민노당 정책위의장 출신의 사회민주주의연대 주대환 공동대표 ⓒ데일리NK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껏 이 문제는 오직 보수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더구나 북한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남한 정권보다 더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친북좌파 진영에게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금기(禁忌)사항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에 ‘좌파라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진짜 좌파가 등장했다. 전(前)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역임했던 ‘사회민주주의연대’의 주대환 공동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친북인사, 좌파인사들이라면 누구나 손사래를 치는 ‘데일리엔케이’와 주 대표가 마주 앉았다. 민주노동당 내 평등파(민중민주 진영)의 사상 이론적 브레인 역할인 해온 주 대표가 북한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좌파가 ‘인권’을 논하면 등 뒤에서 ‘변절자’라는 화살이 날아오는 기막힌 시대, 주 대표의 첫 마디는 의외로 담담했다.

“인권문제에 좌·우가 어디 있습니까?”

주 대표는 “진보진영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이중 잣대를 버려야 하고, 보수진영은 반북(反北)을 목적으로 북한 인권을 다루면 안된다”며 한국사회의 좌·우 모두를 향해 “이제 북한인권 문제는 좌우를 넘어선 인류 보편적 문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주 대표는 ‘북유럽형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연대를 이끌고 있다. 민족문제, 통일문제, 친북·반북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선진국형의 좌파 활동을 펼치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데 있어 ‘친북’이냐 ‘반북’이냐는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며 “그래야 정치도, 사회도, 국가도 발전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진보진영이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보진영은 근본적으로 남한보다는 북한이 민족의 자주성 면에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북한의 웬만한 흠에 대해서는 눈감아 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또, 지금까지 정치․사상적 구도의 문제도 있었다. 보수진영에서 ‘북한인권’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면서 진보진영을 ‘친북 또는 반인권주의자’라고 몰아세우고, 진보·중도 연합진영은 ‘평화’라는 이슈를 선점하여 보수진영을 ‘냉전세력․전쟁세력․대결주의자’로 치부해왔다. 이러한 양 진영 간 대결이 북한인권 문제를 과잉 이념화, 과잉 정치화 했다고 본다.

그리고 지난 오랜 동안 진보세력이 김대중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도 문제다. 진보세력이 김대중·노무현 세력의 2중대 역할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세력은 사회경제정책에서는 ‘우파’인데도 공조(共助)했다는 말이다.

정부 여당이야 북한을 직접 상대하는 입장에서 북한의 비위를 맞출 수 있다고 쳐도, 진보세력은 정권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부 여당과 같이 했다.

앞으로 좌파인가 우파인가를 구분하는 데 있어 친북이냐 반북이냐는 문제는 분리하고 떼어 내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사회도, 국가도 발전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좌파진영 내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진보진영에는 북한인권 개선활동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고 본다. ‘사실(fact)’만큼 고집스러운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인권 상황이 참혹한 북한 현실을 우리 눈앞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진보진영에서도 북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입 다물고 모른 체하는 것이 양심의 가책으로 남아 있다. 진보진영 친구들이 술자리에서는 ‘김정일이 빨리 죽어야 인민들이 사는데’라고 말을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딴소리를 한다.

현재 북한을 두고 진보와 보수진영의 국론 분열 상태에서 통일이 온다면 위험하다. 서로의 책임을 따질 것이고, ‘너는 그때 뭐했냐’며 서로의 흠을 들춰내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탈이념화, 탈정치화해서 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면 지금의 북한 정권에게는 상당히 큰 압박이 될 것이다. 결국 보수는 남한인권에, 진보는 북한인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우파진영의 평가가 야박하다고 생각하나?

햇볕정책도 일면으로는 타당성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고 햇볕정책이 진보적인 정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진보라면 북한 인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지만, 햇볕정책은 그저 평화를 유지하자는 수준이었다. 북한 인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독재자와 손을 잡고 활짝 웃는 김대중, 노무현은 근본적으로 자기들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햇볕정책이 모든 면에서 잘못 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인색하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의 체제경쟁이 끝난 이후부터 남한 정부는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왔는데, 지금까지 남한은 ‘주먹은 센데 주머니는 비어 있는 친구가 용돈 좀 나눠쓰자’는 식의 북한을 달래가면서 관리해 온 것이다.

햇볕으로 북한의 두꺼운 옷을 벗기지 못했다는 비판은 옳다. 북한 체제의 변화와 개방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DJ가 햇볕정책을 꺼낼 때 장담했던 것만큼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신뢰가 쌓이면 설득도 되고, 설득이 되면 요구도 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그런 상황이거나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에 꾸준히 물자가 들어갔으니 조금이라도 변하지 않았겠나? 대한민국 마크가 찍힌 물자가 돌아다니는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또, 개성공단은 지금까지 문 닫고 살아 온 북한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효과를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의 현재 상황은 햇볕이든 햇볕이 아닌 다른 것이든 남한 정부, 정당의 탓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김정일 독재 체제 유지에 도움을 주고 인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사실 지금까지 통일부나 남한의 민간교류 단체들은 평양만 다녀오지 않았나? 북한은 철저한 계급 사회이고, 평양과 그 이외 지역은 천양지차(天壤之差), 전혀 딴판인데 그들은 평양의 모습에만 관심을 갖는다. 묘하게도 진보진영은 북한의 특권층과만 대화하고 보수진영이 인민들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보법 폐지를 우파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남한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공작, 침투 등에 대해서 국보법이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되고 있는가를 따져 봤을 때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 받은 사람 몇 사람이나 있는가? 거의 사문화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국보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형법의 ‘간첩죄’ 조항 등이 있어서 반국가적 범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은 남한 인권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그러니까 실효는 없으면서 그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면에서 우리 사회가 발전한 만큼 이 방면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국보법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뉴레프트(New-Left) 운동을 하는 우리가 진보진영 내에서 ‘우리도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답은 ‘아직도 국보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는 원래 자유주의자들이 외쳐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면 다른 사람의 사상의 자유를 위해 투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한 국보법에 대해 폐지 목소리를 높여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국보법 폐지와 조봉암 선생의 복권을 보수진영이 동의한다면 정말 진보진영도 다시 생각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또, 뉴레프트 운동 세력의 입지가 넓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자유주의자가 등장해야 비로소 선진국형 사회민주주의자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처럼 내가 북한인권과 관련한 토론회나 세미나에 간다고 하면 내 주위에서는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다. 우파진영과는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용만 당할 것이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나는 뉴레프트 진영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도 보수진영 인사도 참여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뉴레프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성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

뉴레프트 운동은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으로 북유럽형 ‘복지국가’를 상정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의료민영화, 전기․가스․상하수도의 민영화 등 복지의 근본을 훼손하는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종부세와 상속세를 줄이려는 위험한 감세 정책도 비판한다. 오히려 공공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고 복지 제도를 확충해야 하고, 부동산 보유세와 상속세, 소득세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뉴레프트 운동은 민족문제나 통일문제, 또는 친북․반북이라는 대립구도에 스스로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문제에 얽매여서는 진보도 발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좌우파가 정책 대결을 벌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좌우파가 일관된 철학으로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민주주의연대는 그런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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