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 칼럼]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숨겨진 세 가지 함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the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ingapore

미북정상회담 합의문 조항들을 분석해볼 때, 이 합의문에는 세 가지 함정이 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빠진 함정이요.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빠진 함정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6월13일에 공개한 합의문 조항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념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항에 적시된 ‘평화’의 개념이 미국과 상반되는 북한식의 평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북한식 평화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 문학 작품들, 특히 수령형상 작품들을 검토할 때 이 점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8년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월간지)인 <조선문학>에 실린 김정은 수령형상 단편소설인 ‘성전의 나팔소리’는 김정은을 ‘평화의 수호자’라고 칭송한다. 그런데, 그 평화를 어김없이 전쟁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또한 김정은을 사랑과 믿음의 전쟁철학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위대한 대성인이라고 하면서 ‘평화의 수호자’라는 새로운 지도자상(象)을 만들어내었다. 여기서의 ‘평화’는 철저히 미제국주의(미국) 압제하에 있는 남조선(한국) 해방을 가리킨다. 남조선 해방이 그들이 말하는 종국적인 평화이다.

이 단편소설뿐만 아니라, 2018년 김정은 수령형상작품들인 시, 가사, 수필, 논평에서도 하나같이 평화를 전쟁과 결부시키고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평화’하면 바로 남조선해방을 떠올린다. 이것이 북한식 평화이다. 트럼프는 이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 조항은 사실, 미국과 북한 두 나라가 단독으로 채택할 사항은 아니다. 조선반도, 즉 한반도에는 북한과 남한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남한을 뺀 채 북한이 주체가 되어 미국과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기서의 한반도 평화체제는 딱 두 가지로만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북한과 남한의 공존이요, 둘째는 북한만의 생존이다. 전자는 영구적 분단 상황을 말하는 것이요. 후자는 적화통일을 상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적 통일은 포함되지 않는다. 큰 함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합의문은 4.27 판문점 선언 제1조 1항,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과 정면대치 된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4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한다고 했는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되는 것, 판문점 선언 제2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지목하는 것이다. 그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가리킨다.

트럼프가 비핵화 관련 합의문 제3조에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은 바로 문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꼼수다. 트럼프가 합의문을 채택하고 발표하면서 한미군사훈련중단을 노골적으로 암시했는데 그 발단은 판문점 선언에 있다. 발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판문점 선언에 분명하게 적시되어있다. 판문점 선언 제2조 1항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이다. 이 판문점선언 조항은 한미군사훈련중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기 한 달 전인 5월에 <조선문학>에 실린 김정은 수령형상단편소설 ‘기다리는 품’은 한미군사훈련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 적들의 군사훈련은 그 성격과 규모, 방식에 있어서 이례적인 것을 벗어나 모험적인것이기에 위험한 실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최근 총참모부에서 종합한 적정자료를 봐도 적들의 움직임이 심장치 않았다. 더욱이 적들은 반공화국압살책동에 광분하면서 우리 혁명의 최고지도부를 해칠 악명높은 새로운 군사연습을 벌릴 것을 획책하고 있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면서 강력히 규탄하고 있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러가면서 그의 머릿속에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바로 이 점이었을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를 설득시켰다. 판문점 선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김정은을 트럼프는 승부사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물론 제4조, ‘미군포로 유해송환’ 문제와 맞교환한 흔적이 농후하긴 하다. 나름 자기실리를 챙기며 은근슬쩍 그 책임을 문 정부에게 떠넘긴 트럼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이라는 문구가 합의문에 들어간 이유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 있어 문 정부가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큰 함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것이 큰 악재다. 여기엔 북한의 공세적인 셈법이 너무나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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