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읽기] ‘부의 상징’ 黨 배지 착용 최고급 간부를 바라보며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간부들의 오른쪽 가슴에 노동당 뱃지가 달려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4월 12일 당(黨) 정치국 회의 이후 인민복 왼쪽 주머니 위에 노동당 마크를 상징하는 은색 배지를 달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1일 순천인(燐)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등 정치국 위원들도 부착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든 중심에 당에 있다는 의미로 최고위급에 착용을 강요했거나 노동당 창건 75돌(10월 10일)을 준비하는 의지 표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필자는 여기서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최고위급과 이 외 계급 간에 넘지 못할 선을 그은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벽을 쌓은 행위로, 고급 주택과 승용차, 호화요리 등뿐만 아니라 이런 배지로 일반 백성과의 간극을 철저히 두려는 과시적 행위라고 판단된다.

북한에서 권력자와 비 권력자를 구분하는 문화가 정착한 것은 70년대 중반이다. 즉, 유일적 지도체제와 함께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예를 들어 70년대 김일성 초상 배지가 나왔을 때 김정일은 노동당 깃발 배경의 배지를 제작, 고위관료와 일반 주민을 구분하였다.

당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어떤 배지를 착용하는가에 따라 각자 소속을 구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에 일부 젊은층이 도적질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 배지를 구입하려는 일종의 부작용도 일어났다.

노동당 배지
지난 1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준공사 중인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가슴에 노동당 배지가 달려있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3대 세습으로 북한 전역을 호령하는 최고 권력자들의 삶과 일반 국민들의 열악한 삶을 비교해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렇다고 부(富)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가진 부가 자기 노력을 통해 축적된 게 아니고 폭력에 의해 약탈한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에서 나라의 재부에 대한 약탈은 노동당의 권력을 통해 이뤄진다. 전제군주 왕정 시대보다 더 폭력적인 북한지도부의 부의 원천은 힘없는 백성들을 쥐어짜는 가렴주구(苛斂誅求)다. 과도한 충성요구, 조직적 수탈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면서도 북한 최고지도부는 인민과 생사운명을 같이한다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진정한 벗이란 괴로울 때나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다. 진정한 국민의 벗이 되려면 출신과 계급을 따지지 않고, 직업의 귀하고 천함을 따지지 않으며, 집안의 배경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 특히 최소한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여 고난을 행복으로 생각하라고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당국은 각 개인이 어려움을 자신의 구체적인 신념으로 받아들어야 한다는 ‘간고분투’만 강조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국이 사회 안정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다른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놓았는가를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백성과 고위급을 구분하는 이 같은 방향으로 처신한다면 지지와 신뢰를 한순간에 잃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작금의 강제적 경제 제도를 개선하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고인 물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