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러시아의 대북 입장, 거의 무시해도 좋다

김정은 푸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러시아를 북한 문제에 상당히 중요한 나라처럼 간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필자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왜 북한 문제를 파악할 때에 러시아 입장을 거의 무시해도 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북한 문제를 파악했을 때에 전문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입장을 따로 분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두 나라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북한 문제에 미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러시아는 왜 그들과 다르게 보는 것인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일치되지 않은 발언을 해본 적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을 지지하고, 러시아는 중국을 지지하기 때문에 실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러시아는 사실상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암묵적인 결정엔 경제적인 이유도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먼저 경제적인 이유는 통계로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북·러 무역의 규모는 북·중 무역의 1.25% 정도다. 즉, 78배의 차이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좋지 않는 푸틴에겐 중국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과 같은 작은 나라 때문에 중국과 싸우거나 싸울 가능성이 생길 수 있는 일을 벌일 의지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논리와 비슷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강대국이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다른 주장을 하면서 핵심 동맹 국가인 미국과 관계를 악화할 의지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현재 북한 문제에서 러시아는 그 어떤 ‘특이한 영향력’이 없다. 재미있게도, 이 사실을 학계나 매체들보다 정치인들이 먼저 인지했다. 지난해 진행된 4.27 정상회담에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중 4자회담을 거론했다. 즉, 러시아를 포함하지 않는 틀이었다.

또한 김정은의 행위를 보면 또 답이 나온다. 그는 시진핑과 3번을 만났는데, 러시아 측의 계속한 요구에 불과하고 푸틴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만 만났다. 아울러 북러의 회담에 어떤 중요한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 중요성론’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생각해보면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첫째, 북한을 수립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특히 6.25 전에 김일성 정권은 괴뢰 정권에 불과하였다. 1950년대 말부터 김일성이 소련 통제로부터 벗어났지만, 냉전 시대엔 한국에서 북한을 계속 ‘북괴’라고 불렀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련의 계승국인 러시아도 영향력도 상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련 해체 직후 대규모 대북 원조를 중단한 러시아는 바로 그때 영향력을 상실하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6자회담’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독자들은 2000년대에 북한 핵 문제를 토의할 목적으로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 6개 나라의 대표자로 만든 ‘6자회담’이 존재하였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이 회담은 완전히 실패했지만, 북한 문제 인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현재에도 북한의 외교 문제를 진단하려면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의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러시아는 중과 거의 동일하고, 일본은 미국과 동일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러시아 대북 전략 분석은 현재로서는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 문제를 결정하는 나라는 미합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고, 대한민국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러시아를 통한 김정은의 대북 제재 흩트리기 전략도 중국의 태도와 움직임에 따라 그 그림이 달라질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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