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이 21일 통일부를 향해 “전례 없는 대(對) 북한인권운동 제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6개 북한인권단체는 이날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잡도리를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최근 통일부의 북한인권운동 단체에 대한 조치가 비민주적이며 반인권적 처사라고 판단하여 관련 조치와 정책들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먼저 이들 단체는 정부가 지난달 4일 발표된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에 대한 답변의 일환으로 북한인권운동을 옥죄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에 앞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단체 2곳에 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 분야 등록 법인 25곳에 대한 사무검사 추진 등을 언급하며 “전례 없는 일련의 조치들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북한인권운동을 더 이상 ‘못 본 척’하지 않겠다는 것을 북한 당국에 보여주고자 작정한 듯 하다”며 “북한인권운동을 북한 정권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체는 성명에서 “북한인권 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묵인하는 비윤리적·반인권적 행위이자 시민사회의 참여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과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유엔 회원국이자 국제규약의 당사국으로서의 약속과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위협으로 한국 시민단체를 단속할 수 있다는 그릇된 신호를 북한에 전달한 점 ▲북한인권운동이 남북관계 개선에 방해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있는 점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등을 위한 주요 변수로 인권논의를 활용해 각종 협상을 주도할 레버리지(지렛대)를 잃어버린 점 등을 거론하며 “통일부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들 단체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남북교류를 위한 협상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인권을 변수로 활용하지 말라”면서 통일부의 일부 등록 법인 사무검사 계획 즉시 철회와 북한인권법 실행을 촉구했다.
한편, 통일부는 25개 법인 사무검사와는 별개로 부처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를 점검하는 절차에도 착수했다. 통일부는 전날(20일) 부처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64곳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 요청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서 통일부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 및 동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유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모두 6개 항목의 등록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증명할 자료를 첨부해 이달 30일까지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공문 발송 대상은 역시 대체로 북한인권과 정착지원 분야의 비영리민간단체들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법인 외 비영리민간단체들까지 범위를 넓혀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등록을 말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