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심리전, 사이버전, 전자전을 바로 알자


대북 심리전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탈북자들로 구성된 일부 NGO들이 풍선 날려보내기를 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최근에는 국방부가 유사한 심리전을 계획한다는 보도와 북한의 ‘조준 타격’ 엄포가 맞물리면서 국내에는 심리전 문제로 인한 남북간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대북 심리전을 시비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국방부는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제스민 혁명’ 바람 때문에 체제불안감을 느끼는 평양정권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심리전 자체를 대북 도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자 침략행위이므로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대북 심리전의 주체와 방법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심리전이 북한에 대한 침략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일방적으로 엄청난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북한은 ‘서울 불바다,’ ‘핵참화’ 등 노골적인 핵위협을 가하면서 한국국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이 보다 더 강력한 심리전은 없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 국민이 “핵을 가진 북한과 싸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러한 생각이 도발시 대응을 망설이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들어 사이버 공격은 거의 무차별적이다. 북한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악용하면서 한국사회 전반에 대해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의 해커들은 한국의 사이버 공간에 무한정 침투하고 있으며, 인터넷 토론방에 악플을 퍼뜨리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반면, 북한에는 ‘수령님의 말씀’ 이외 이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의 주민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나마 휴전선 일대에 설치되었던 확성기와 전광판에 의한 심리전은 한국이 유일하게 우세를 점하고 있던 분야였지만, 2004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여 전면 중단하지 않았던가.


요컨대, 북한이 펼치고 있는 대남 심리전에 비한다면 우리의 ‘풍선 날리기’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북한주민의 알권리이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당한 채 북한정부가 제공하는 소식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에게 바깥세계의 실태를 알려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알 권리에 부응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풍선 날리기를 통해 리비아 소식을 전해주거나 식량을 뿌려 굶주리는 사람들이 먹도록 도와주는 것은 심리전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인류보편적인 인권운동으로 보고 있다. 대북 심리전을 놓고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좋지만, 이런 사실들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한국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북한의 전자전이다. 북한은 작년 8월 을지훈련 동안 GPS 신호교란을 시도한 이래, 금년에도 우리의 키리졸브 훈련 동안 교란신호를 송출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 자체는 당연히 심각한 도발이다. 이는 타국에 유해한 혼선을 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헌장에도 위배되는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로, 마땅히 ITU에 조사를 요청하고 북한에게도 재발방지 및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 국민이 지나치게 이를 두려워하면 이 역시 북한의 심리전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은 GPS 신호교란에 따른 피해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별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GPS 신호교란이란 위치파악을 위해 사용되는 GPS 시스템의 주파수(1,575MHz/ 1,227MHz)와 동일한 주파수를 송출함으로써 GPS 사용에 장애를 유발하는 일종의 전자전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항기들은 GPS 교란과 무관한 관성항법장치(INS)를 운용하고 있으며, GPS는 보조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군용 항공기들은 아예 별도의 주파수 및 암호체계를 가진 GPS를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의 신호교란으로 지장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모든 조종사들은 운항도중 GPS 교란신호가 감지되면 GPS 작동을 즉각 중단하고 별도의 항법장치를 사용하도록 훈련받고 있다.


북한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하면서도 전자전 도발을 반복하는 것은 일단 자신들의 교란능력, 피해정도, 우리의 대처능력 등을 간파하기 위한 의도이겠지만, 다른 속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정권이 “우리는 전면적이든 전자전이든 핵전쟁이든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을 보면, 김정은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군사업적 쌓기’를 시도하고 있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전자폭탄(EMP)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전자폭탄은 강력한 전자자기파를 발산하여 전기 공급선과 변압기를 비롯한 전기 전자 제품을 마비시키는 최첨단 전자전 무기이며, 핵무기가 폭발할 때에도 강력한 EMP가 발산된다. 하지만 핵무기 사용을 배제한다면, 아직은 북한이 전자폭탄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전자폭탄은 미국과 러시아도 개발단계에 있는 무기인데, 실험이 끝나더라도 소형화해서 미사일 같은 투발수단에 장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과 북이 공히 이 무기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북한에 뒤진다고 볼 이유는 없다. 요컨대, 이런 미래의 무기들은 주목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해 도발과 함께 온갖 심리전을 병행해왔다. 그것이 핵공갈이든, GPS 교란이든 또는 여타 방식의 전자전이든 간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단합하여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GPS 교란책동을 놓고 언론이 지나치게 피해를 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천안함 피격 이후 우리사회는 심한 분열상을 보였다. 도발자를 규탄하고 재도발을 막는데 국력을 모아야 할 시기에 국민의 1/4은 정부의 합동조사를 신뢰하지 않았다. 확실한 정황에 결정적인 증거까지 확보한 과학적인 조사를 놓고 남도 아닌 우리 국민이 불신했다. 단결을 선도해야 할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네탓’공방전이 벌어졌다.


이를 지켜본 북한은 6개월 후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 직후 강력대응을 원하는 국민적 의지를 바탕으로 우리군이 만반의 대응태세를 갖추고 포격훈련을 재개했을 때 북한군은 침묵했다. 국민적 단합은 그 어떤 심리전 수단이나 전자전 무기보다 우수한 억제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