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보 칼럼] 北, 국제사회 배려에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화답해야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Kevin Lim/THE STRAITS TIMES

국제사회가 연일 북한 당국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비핵화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도록 달래고 격려하는 조치들을 취한 것이다. 이에 북한 당국도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

지난 6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조속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대북 지원 단체나 국제기구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할 경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해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 품목이 제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사회가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이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점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최대의 압박을 통한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한편, 지난 2일 통일부는 이달 중순 개소를 추진 중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과 관련하여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금강산 내 시설 개·보수를 위한 물자 반입 등에 대해 포괄적 대북제재 유예 조치를 승인받은 바 있다. 향후 개성공단의 재개나 금강산 관광의 재개 모두 대북제재에 묶여 있는데, 유엔안보리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함으로써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강경일변도의 압박을 거두고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어르고 달래는 유화책도 구사했다. 지난 3일부터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회원국들은 리용호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정성껏 대우했다. 뿐만 아니라 6일 발표된 의장성명에서는 비핵화 원칙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신 CD(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CVID라는 용어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입장을 배려한 것이다. 이와 덧붙여 ARF 회원국들은 북한 당국이 앞으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고무하고 격려한 것이라 해석된다. 앞서 유엔안보리가 인도적 지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사실과 결부지어 생각하면, 향후 북한 당국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실들을 체제 선전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 유엔안보리의 인도적 지원 관련 가이드라인의 채택이나 ARF 의장성명을 두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자국 외교전의 완전한 승리라고 자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면서 미군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말 것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완전한 폐지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을 주장할 수도 있다.

이제 북한 당국도 진정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와 같은 선전선동으로는 체제 유지나 정권안보를 도모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선의를 진정으로 수용하고 다시없을 비핵화의 소중한 기회를 날리지 말아야 한다. 북한 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국제사회가 촉구하는 핵관련 물질의 신고와 비핵화의 시간표 제시 등 비핵화 초기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시혜에 화답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진정으로 체제 안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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