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병철 군수공업부로 좌천…내부서 “끈 떨어진 조롱박” 말 나와

소식통 "김정관은 국방성 부상으로 강직"…軍, 수뇌부 경질을 '전군 조선노동당화' 사업으로 인식

지난 1월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의 양 옆에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이 경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당과 군의 최고위직에 올랐던 리병철이 군복을 벗고 당 군수공업부로 좌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당 지위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그를 두고 ‘끈 떨어진 조롱박 신세’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리병철은 군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더이상 군인 신분이 아니다”며 “군수공업부에 가긴 했으나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르심이 없는 한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리병철은 김정은 체제에서 핵심 실세로 부상한 인물이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 공군사령관 신분으로 최고지도자의 공군 부대 시찰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더니 지난 2014년 당 제1부부장에 기용되면서부터 승진 가도를 달렸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 요직에 오르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차수를 건너뛰고 군 최고 계급인 원수 칭호를 받기도 했으나, 간부들의 무능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 지난달 말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전격 경질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가정보원은 리병철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탈락하고 당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실제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진행된 당·정·군 인사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도 리병철은 당 후보위원들이 서 있는 세 번째 줄로 밀려난 모습이었다.

당시 리병철이 박태덕 당 규율조사부장과 리철만 당 농업부장 사이에 있었다는 점에서 당 군수공업부장을 맡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소식통은 “리병철은 현재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직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단 군수공업부에 가긴 했어도 원수님의 신임 없이 기본 과학자, 연구자, 기술자 집단인 군수공업부에서 버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안에서는 그가 원수님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에 끈 떨어진 조롱박이나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리병철과 함께 경질된 박정천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계급만 강등됐을 뿐, 총참모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방상에서 해임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관은 국방성 부상으로 강직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방성이 전시 및 평시 후방물자와 예비 재정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나, 여기에 결정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김정관이 연대적 책임을 졌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아래 단위 일군(일꾼)들의 가짜 보고, 통계 조작, 자리 지킴, 서로 감싸기식 풍조에 더해 선군시대를 잊지 못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사고하는 군벌 관료주의가 국방성에 깃들어 있음에도 기관 책임자인 국방상이 제대로 분별하지도, 강한 타격을 가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해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방상에는 리영길이, 리영길이 맡고 있던 사회안전상에는 김정호가 각각 임명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그는 리영길의 군 복귀에 배경에 대해 “칼날 같은 군기로 총참모부를 휩쓸던 그의 사업작풍과 기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말씀이 있었다”면서 “리영길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기질과 배짱에 아부·아첨을 모르는 강한 혁명가적 풍모를 가진 군사 일군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또 김정호에 대해서는 “당에서는 안전성을 현 상태에서 더 퇴보되지 않게 잘 이끌 적임자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 안전성 부상으로 있으면서 리영길과 호흡을 잘 맞춰 사회안전군의 전투력 완성이나 사회주의 건설장 진출, 계급진지 수호 등 다양한 사업들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간부사업에서 승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군 내부에서는 이번 군 최고위급 간부들의 강직, 강등을 두고 “어제 날의 장령이나 배려받은 사람일지라도 능력이 없고 당정책을 제대로 관철 못 하면 오늘에는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군에서는 이번 일을 당 위에 군대를 놓고 행동하는 낡은 사상 잔재를 철저히 뿌리 뽑고 전군 조선노동당화와 사상의 일색화를 실현하기 위한 선제적인 사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래도 저래도 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경직시킨다 해도 군을 절대 배제할 수 없을 테니 상관없다는 반응들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