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자원화 강조에 주민들 ‘콧방귀’… “자재도 없는데 어떻게”

[주민 2人 인터뷰] "이미 재활용하면서 살고 있어" "폐비닐 누가 갖다 바치겠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작업 현장 곳곳에 유휴자재수집함을 갖추어 놓고 건설 과정에 나오는 자투리 철근과 파수지 등을 하나하나 모아들이고있는 속도전청년돌격대원들”이라며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현장 일꾼들의 자재 절약 노력 사례를 선전하고 각 현장들에서 전기와 각종 자재들의 ‘절약’을 거듭 당부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장기화한 대북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역 중단으로 인해 원료와 물자 공급에 한계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자재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소와 주민들에게 물자의 재자원화(재활용)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백절불굴의 혁명가가 되자’는 제목의 ‘정론(政論)’을 6면에 걸쳐 보도했다. 이 중 4면은 ‘절약이 곧 증산’이라며 절약과 재자원화(자원 재활용)에 대한 내용이다. 정론은 정치 논평의 줄임말로 중요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주민들에게 논리적, 열정적으로 토로하는 형태다. 재자원화가 현재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정치적 문제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의 생각과 달리 실제 주민들은 재자원화에 대해 시큰둥한 모습이다.

주민들은 이미 오랫동안 자원 부족을 겪으면서 물자를 절약하거나 재활용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새삼스럽게 재자원화를 강조하는 당국의 태도에 주민들은 냉랭한 반응이다.

최근 데일리NK와 통화한 한 북한 주민은 “(당국에서)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넘쳐나게 재자원화를 실현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재자원화를 강조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콧방귀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기업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기업소에서 재자원화를 할 수 있는 물자 자체가 없는 상황임에도 그럴듯한 선전으로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본지는 북한 당국의 재자원화 정책 추진에 대해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양강도, 평안남도 주민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재자원화에 관한 선전이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나?

양강도 주민 A(이하 A): 지난 2월 중순 중앙의 지시에 따라 양강도 혜산시와 삼수군들에서 재활용과 관련된 인민반을 통해 재활용 관련 지시문 포치(지시)가 내려왔다. 포치 내용은 나라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모든 자원은 버리지 말고 재활용을 강조했다. 특히 거리와 마을에서 파비닐(폐비닐), 중국산 비닐 방막, 파고무(폐고무) 등 재활용품이 보이면 주어서 인민반들에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바치라고 강조했다.

평안남도 주민 B(이하 B): 기업소 강연할 때마다 지겹도록 듣고 있다. 재자원화를 하지 말라고 해도 이미 충분히 (재활용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 이상 어떻게 더 하라는 말인지 도리어 (당국에) 묻고 싶다.

  • 기업소나 기관에서 재자원화는 어떻게 하고 있나?

A: (개인 할당량만 있을 뿐) 기관이나 기업소에서 재자원화하는 사례는 없다. 기업소들이나 기관에서는 직장인 1인에 1년 계획분을 준다. 상반년도(상반기)와 하반년도(하반기)로 나눠 재활용품 계획을 총화 짓는 형식이다.

B: (노동신문에서 선전한) ‘3월26일 (전선 종합) 공장’이나 ’10월5일 자동화기구공장’처럼 동이나 비닐 등 원료나 자재가 많은 곳이나 재자원화 할 수 있다. (일반기업소는) 원료나 자재가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재자원화 할 수 있나.

  • 가정에서 분리수거는 하고 있나?

A: 가정에서의 분리수거는 대체로 하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B: 조선(북한)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라는 말조차 없다. 탄산 단물 플라스틱병만 가지고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쓰고 있는다. 재자원화를 위한 분리수거 할 것이 없다. 빈 병만 파는 곳도 장마당에 있을 정도다.

  •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나?

A: 한 동에서 인민반별로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쓰레기장 청소를 하는데 이때 세대별 운임 명목으로 돈을 낸다. 다만 금액은 인민반별로 다르다.

B: 여기서 쓰레기란 말 그대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곳(북한)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낸다는 생각 조차 해 본 적 없다.

  • 일용품수매상점 수매분점에 파지와 파수지(비닐) 등을 가져다주면 이를 필요로 하는 공장의 생산물로 교환해주는 일도 있다는데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나?

A: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돈이나 생산물 교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부터는 수매분점이 형식적으로만 유지되고 있고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경우 일용품수매상점이나 수매분점을 이용하는 확률(일)은 거의 없다.

B: (공장생산물로 주지 않고) 돈으로 준다. 그리고 그런 데 (재활용품을) 가져가 봤자, 고생만 실컷 하고 수고비도 안 나오는데 누가 그런 일을 하겠나. 조직별로 고철, 파비닐, 파유리를 제출하고 수매증을 바쳐야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