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지는 왜 베트남인가

북미정상회담
지난해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Kevin Lim/THE STRAITS TIMES

우여곡절 끝에 2차 미북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게 됐다. 정상회담 개최지로 하노이가 낙점된 데 대해선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의 발전상을 북한이 롤 모델(Roll-model)로 삼기를 희망한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북한의 대내외적 이미지 쇄신 구상이 하노이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선호한 이유는 ‘인도 태평양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사료된다. 2017년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대아시아 정책 기조를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서 ‘인도 태평양 전략’으로 변경했다. ‘인도 태평양 전략’은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교통로로서의 인도양을 미국의 대(對)아시아 구상의 중심에 위치지음으로써 전략적 차원에서 해양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공해상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더욱 강조하게 됐고 이 같은 방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기게 됐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은 다분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 해 11월에 열린 APEC 정상회담 이후 마닐라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와 아세안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는 가감 없이 나타났다. 미국은 테러·해양안보·북한문제 등의 의제에서 인도, 호주, 일본과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으나 ‘관련 당사자’의 범위에 중국을 제외했다. 최근에도 미국은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과 날을 세웠고, 급기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서서 동맹국들에게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제품을 더 이상 쓰지 말라고 경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미북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을 의도했던 데에는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도 한 몫한 것으로 사료된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은 대중 항전의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황사군도(파라셀 제도)와 쯔엉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지역을 중심으로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베트남을 우군으로 확보하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2차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베트남 간의 전략적·경제적 유대 관계가 강화된다면, 미국은 인도·호주·일본과 더불어 베트남까지 대중 견제의 전초기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의도가 미국으로 하여금 베트남을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국으로 선정케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대내외적인 이미지 쇄신의 방편으로 하노이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의 ‘천년 고도’인 하노이는 과거 프랑스에 대항한 독립전쟁 중심지였고, 북베트남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반(反)외세 항전의 성지’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하노이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하노이의 경제발전보다는 반외세 항전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그런 장소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사실을 상징적 의의로 선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로 여긴 듯하다. 뿐만 아니라 1958년과 1964년에 김일성이 방문했던 베트남을 김정은이 55년 만에 국빈 방문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영락없는 수령님’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도 고려했을 법하다.

대외적으로 김정은은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인식을 얻으려 베트남을 정상회담 개최국으로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차 미북정상회담 때에는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고 싱가포르로 갔지만, 베트남은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가 충분히 비행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북한 국적기를 이용함으로써 여느 나라 지도자의 외국 방문 때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차 미북정상회담의 개최국은 미국의 전략 의도가 반영되어 베트남으로 합의됐고, 개최도시는 북한의 요구대로 하노이가 낙점됐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인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된 실질적 합의의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진지한 비핵화 합의보다는 김정은의 대내외적 이미지 관리에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8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될 미북 두 나라 정상이 이번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미북 두 정상이 만나면서 미국은 중국을 의식하고 북한은 김정은의 이미지 쇄신에 역점을 둔다면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은 또 다시 흐려지고 곁가지 문제들만 회담 성과로 포장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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