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당 핵심기구인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혈통 로열패밀리라는 상징성에 정치적인 위상까지 강화되면서 명실공히 북한의 2인자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김여정 동지가 지난 2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정치국 위원으로 참가했다”며 “정확히 언제 정치국 위원이 됐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당시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여정 동지가 정치국 위원이 됐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이미 정치국 위원이 된 상태에서 회의에 참여했고, 이날 회의에서 조직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당시 김여정이 앉은 좌석 테이블 위 명패에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김여정 동지’라고 적혀있었다는 설명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전날(2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됐다고 보도했는데 공개된 사진과 영상 속에서 김여정이 단상을 바라보고 가장 첫줄 맨 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은 것이 확인됐다.
소식통의 전언대로라면 김여정은 지난 4월 11일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1년 만에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지 불과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정치국 위원 자리에 오른 것이다. 북한에서 여성이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 이후 처음이다. 국정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2인자 김여정의 권한과 권력에 맞게 당의 핵심 정책결정기구인 정치국의 위원직을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부가 지난 5월 발간한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 따르면 현재 북한 매체 보도로 확인된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 박봉주 등 3명 ▲위원은 김재룡, 정경택, 리일환 등 총 14명 ▲후보위원은 김여정, 리선권, 조용원 등 총 13명이다.
소식통은 김여정의 정치국 위원 발탁과 관련, “간부층에서는 대적(對敵) 분위기를 고조시켜 적들을 호되게 답새기고(때리고)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으로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보선된 것이라는 소문과 평가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여정 오른편에는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김여정 왼편에는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조용원이 앉은 첫줄 맨 오른쪽 자리는 통상 회의 의제와 가장 연관 있는 실무 집행자 혹은 책임자가 자리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이나, 그가 정치국 위원인 김여정, 정경택과 나란히 앉았다는 점에서 조용원 역시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보선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보위성에 대한 질책과 방침 지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국가보위성 소속 국경경비대가 밀수 등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조장·묵과하고 있어 전염병 차단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지적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회의에서는 ‘국경 연선에서 비법(불법)적으로 물건이 오고 가고, 사람들이 넘나드는 현상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전염병이 침습해 들어온다면 이는 국가보위성의 엄중한 결함 때문이니 보위상이 책임지고 국경 단속에 나서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경비·단속에 국가보위성이 더 무거운 책임성을 갖도록 한 셈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국경경비대가 비법 행위에 동조하다 적발되면 이를 전염병의 침입을 돕는 반당·반국가적 행위로 간주해 그간의 공로나 직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의 방침 집행 누락자들로 낙인찍어 과오제대시키며 해당 중대나 초소도 해산시키라는 방침 지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 지역에는 중앙당 조직지도부 과장 및 부과장들로 구성된 지도검열소조가 파견돼 방역 관련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위성과 당 조직부가 이중으로 국경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 역시 북한이 코로나19의 역외 유입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