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발행 이후 한 달… “김여정이 직접 조사 지시하고 평가”

소식통 "자료 김정은에 보고하는 등 총책 역할 맡아...결과 책임지는 실무자는 아냐"

지난 2019년 3월 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할 때 모습.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채를 발행(4·20)한 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공채 발행 상황과 효과를 직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은 공채 발행을 담당하는 관련 부서들의 업무 현황을 살피면서 관련 종합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평가서를 직접 친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보고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각 지역 일군(일꾼)들이 올려보내는 제의서와 김여정이 작성한 료해(파악)자료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달 중순경에는 김여정이 파견한 조사관들이 각 지역의 공채 관련 내각 기관과 기업소, 시장을 시찰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조사관들은 모두 신분을 위장할 정도로 현지 조사가 은밀히 이뤄졌다고 한다. 그만큼 김여정이 공채 현황에 대한 철저한 파악을 지시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밖에 내각에서 공채와 관련 최근 1차 재정 총화(평가)를 진행했는데 이 또한 김여정에게 직보됐다고 한다.

이처럼 김여정이 내적으로는 공채에 관련한 총책 역할을 맡고 있지만 ‘책임자’는 아니라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북한에서는 어떤 정책의 효과가 미진하고 오히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경우 총책임자를 처형 또는 실각하는 등 희생양 삼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9년 화폐개혁 조치로 내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급등해 사회 혼란 현상이 나타나자 당국은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필두로 수십 명의 관련자를 처형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공채와 관련된 김여정의 역할은 총평가와 당적 지도 방향의 큰 틀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놓고 실무 책임자를 따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백두혈통인 김여정에게 공채 조치의 책임을 떠안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진행된 1차 재정총화 결과 공채를 통한 외화흡수 효과가 본래 계획의 8% 수준을 겨우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이는 목표 수준에 완전히 미달되는 것으로 총화 후 내부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공채를 발행한 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올해 3, 4분기까지 효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공채 시행 효과는 기대치에 미달됐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긍정 평가와 앞으로의 기대도 언급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는 “이번 재정총화에서 일부 돈주, 기관기업소 책임자, 재포(재일교포) 또는 화교가 공채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도 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에게 사회주의 애국공로자 표창을 주면서 교양하는 방법으로 공채 발행을 확대할 수 있다는 희망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당 간부 사이에서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소식통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간부들은 더 이상 순순히 공채를 살 돈주들은 거의 없다는 얘기를 한다”며 “더 강제적으로 공채를 집행하려 하면 주민 불만과 불안만 가중되니 차라리 여기저기 벌려 놓은 건설들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