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최근 도시의 공장·기업소들에 농촌의 가을 논밭갈이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현재 공장·기업소는 소속 노동자들에게 논밭갈이에 필요한 세부담을 요구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가을 논밭갈이 시기를 맞아 농장 자체의 힘으로는 부담스러운 논밭갈이를 전국의 공장·기업소들에서 맡아 도와줄 데 대한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마다 도시의 공장·기업소들은 농촌의 논밭갈이를 거들어줬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80일 전투에 돌입하면서 공장·기업소들에 농촌의 논밭갈이를 도와주라는 과제가 무조건적으로 부과됐다.
실제 북한 당국은 국가 주요 생산단위 공장·기업소들이 특정 지역의 논밭갈이를 맡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노동계급이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주인이라는 입장에서 떨쳐나서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도시가 농촌을 도와주는 이 일은 노동자들이 힘으로 도울 게 아니고 돈이 필요한 형편”이라면서 “뜨락또르(트랙터)로 논밭을 갈아엎자면 수리에 드는 기계 부속과 기름이 필요한데 이를 공장·기업소들이 분담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황해남도의 논밭갈이는 순천시멘트공장 등이 맡았으며, 이들 공장·기업소들은 현재 트랙터를 굴리는데 필요한 기름 150~180kg을 내달 중순까지 4차례 보내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각 공장·기업소는 소속된 개별 노동자들에게 기름이나 기름 마련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공장·기업소의 노동자들은 1인당 휘발유 1kg 또는 디젤유 1.5kg을 내거나 9000~1만 원의 돈을 내라고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공장·기업소들에서는 기름이나 기름값을 내지 못하는 직장들과 노동자들을 80일 전투 낙오자로 찍겠다고 미리 선포했다”며 “노동자들은 기름이나 돈을 낼 때까지 공장·기업소에 시달려야 해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어떻게든 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형편에서 기름이나 돈을 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 농촌을 도와주고 배급 한 번 받은 적 없는데 이제는 논밭갈이 기름까지 세부담을 지우니 울화가 치민다”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