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북중 간 문화협력 흥망성쇠와 그 함의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에 방문한 북한예술단 공연 팜플렛. /사진=연합

최근 북중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과거 혈맹관계의 부활을 떠올리게 만든다. 김정은은 2018년에 중국을 세 차례나 방문했고 2019년 신년을 맞아 또 다시 중국을 찾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선 올해가 북중수교 7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0년 이후의 북중관계를 생각한다면 지난 2018년부터 보여준 두 나라의 반전 파노라마는 또 하나의 ‘연극’을 연상시킨다. 최근 북중 밀월관계의 피날레는 최근 베이징(北京) 국가대극원에서 개최된 북한 친선예술단의 공연이다. 당시 북한 공훈 국가합창단이 선창한 노래의 제목은 ‘조중친선은 영원하리라’다. 이번 북한 친선예술단의 방중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다.

이번 북한 예술단의 중국공연은 앞으로 당분간 두 국가 간 우호협력관계가 긴밀해 질 것임을 암시한다. 북한 예술단의 대규모 공연은 지난 2015년 12월 북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취소 후 불과 3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는 2015년 공연과 같이 핵 및 미사일 관련 레퍼토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중국 측 언론의 북한예술단 공연관련 소개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북한의 예술단은 24일 노동당 국제부 부장 리수용을 단장으로 방중했으며 28일 공연에는 이례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공연 관람 이후 출연진과의 기념사진 촬영 등 지난해 4월 김정은이 방북한 중국예술단에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동일하게 반복했다. 이로써 북중 두 나라는 양국 예술단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준 셈이다. 김정은체제 등장 이후 경색된 북중 관계가 2018년부터 해빙단계에 들어섰고 급기야 북한 예술단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 예술단 공연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북중 문화예술협력의 강화?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일까?

우선, 북한과 중국의 문화공연 협력의 역사는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1971년 혁명가극 ‘피바다’를 창작하면서 피바다가극단을 통해 1972년 가극《꽃파는 처녀》를 무대에 올렸다. 당시 이 작품은 김정일 후계체제완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북한영화《꽃파는 처녀》는 아직까지 중국인에게 제법 알려진 작품이다. ‘꽃파는 처녀’에 대한 중국인들의 향수는 동북지역의 비슷한 과거를 공유한 사람 간의 문화적 정서에서 연유한다. 피바다가극단의 공연은 당시 중국인들에게도 친숙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이후 북중은 동북지역에서 ‘항일’을 주제로 협력했던 향수를 공유한 문화적 유대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결이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 북중 간의 문화교류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북중 간 가교역할을 했던 북한의 피바다가극단 활동은 2008년과 2012년 가극 ‘꽃파는 처녀’를 통해 중국 순회공연으로 부활됐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조선영화 상영주간’에 단골로 올라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경제발전과 더불어 문화산업의 개방 및 양적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인들의 ‘문화코드’가 더 이상 ‘꽃파는 처녀’에 머무르지 않게 됐다. 이제는 오히려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에 더 열광한다.

지난 2010년 ‘항미원조(抗美援朝) 6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형제의 정》과 북중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 등이 만들어졌다. 영화 《형제의 정》은 실존인물인 중국인 황계광을 그린 영화다. 6.25에 참전한 황계광의 활동과 그 동생이 황계광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시의 항미원조 전쟁기념관에서 황계광은 ‘특급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고 북한지역 강원도에는 황계광중학교가 세워졌고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황계광은 북중 혈맹의 아이콘인 셈이었다.

북중 양국은 주기적으로 ‘영화상영 주간’ 등을 정해서 상대국의 영화를 상영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북한영화는 ‘꽃파는 처녀’와 ‘한 녀학생의 일기’가 단골소재다. 반면 중국영화 상영 주간에 상영되는 영화는 주로 50~60년대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무술영화《엽문》을 상영했다. 개혁개방 이후 제작된 중국영화는 현재의 북한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체재를 찾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영화계는 북한영화계에는 무심하고 오히려 우리 영화계와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지난 2010년에는 북한 피바다가극단이 중국을 방문하여 ‘홍루몽(紅樓夢)’을 무려 2개월 동안 순회공연하기도 했다. 당시 198명의 피바다가극단 단원이 중국 순회공연의 무대에 올랐던 가극 ‘홍루몽’은 북중 우호의 상징이었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과 함께 ‘홍루몽’을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 당국은 홍루몽을 지방으로 순회공연하려고 추진했으나 도 당위원장 등 지방간부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의 문화정서 저변은 생각보다 경직되어 있었다. 이른바 문화저항에 부딪혀서 북중 우호의 상징인 ‘홍루몽’ 전국투어가 좌절된 것이다.

북중 간의 친선문화공연은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북핵문제 등 정치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중단되었다. 그리고 2019년 북중수교 70년에 이르러 다시 부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에서의 사례 등 북중 간의 작은 에피소드들은 두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2019년 현재 북핵문제와 미중분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지형의 변화는 북중 간 우호적 예술공연이라는 ‘연극’을 만들어낼 상호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북중 문화 협력의 확장성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주목해 봐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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