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라는 2270호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북한은 제재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들을 살펴보자. 유엔이 제재대상으로 올려놓은 북한 선박들은 필리핀에서 한 척이 압류됐다 풀려나는가 하면 중국 항구로의 입항도 거부됐다.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이른바 ‘편의치적’ 선박의 등록을 취소했다. 해외 북한 식당에 대한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일부 북한식당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고,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한 검색도 강화됐다. 해외 송금이 어려워지면서 직접 달러를 들고 북한으로 운반하다 현지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불법행위에 연루된 북한 외교관이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북한의 대외활동에 전반적으로 제약이 가해지면서 외화벌이 활동에 일부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직 북한 내부로까지 큰 충격을 주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재의 영향으로 사재기가 기승을 부려 “자고나면 장마당 쌀값이 500원씩 오른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대북 매체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거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쪽이다. 대북제재에 대한 소문이 퍼져 뒤숭숭한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그것이 아직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충격으로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들이 하나씩하나씩 가시화되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대북제재가 북한에 주는 충격이 심각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제재 효과 조금 뒤 나타날 수도
물론, 대북제재의 효과를 지금 예단하기는 이르다. 북한이 대북제재에 민감해하고 있는 사실은 스스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3월 28일자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다시 하더라도 김정은을 결사옹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가 이런 입장을 내놨다는 것은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대북제재로 대외활동이 계속 위축돼 외화벌이 기관들이 타격을 받게 되면 당장 김정은에게 흘러들어가는 ‘충성의 자금’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외화벌이 기관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게 된다. 제재에 대한 소문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물건이 줄어들게 되면 장마당에 물건이 줄게 되고, 이런 분위기 속에 조금이라도 사재기 현상이 시작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쌀값이 문제인데, 한두 달 뒤가 되면 춘궁기도 시작된다. 7차 당(黨)대회가 열리는 5월 초 무렵이 북한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될 수도 있다.
과도한 기대는 금물…변수는 아직 많아
제재가 북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을 상정해본 것이지만, 이런 전망에만 과도하게 무게를 두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동북아의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계속할 것이냐의 변수는 여전히 존재하고, 대북제재로 북한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1990년대 중반 같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당시에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국가의 배급을 믿고 있다 굶어죽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국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스스로 살 길을 찾는 데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 관련된 변수는 여전히 많고,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이 당장 어떻게 될 것처럼 과도한 기대를 앞세우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위해 지금은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