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초기 국경봉쇄 등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물샐 틈 없는 완전한 봉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29일 보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이 전염병(코로나19)이 유입되는 경우에 초래될 후과는 심각할 것”이라며 “국가적인 초특급 방역 등 국가방역(검병, 검사, 검역 등) 역량 강화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방역 통제에 모든 부문과 단위가 절대 복종하라고 명령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가 확산 추세라고 평가하며 완전한 봉쇄를 주문한 만큼 당분간 국경차단과 인적 왕래 제한 및 외국인 통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16일 김정일 생일에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이틀 전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 외에는 별다른 외부활동이 없다.
중앙비상방역지휘부는 시도에 방역사업소를 설치하고 병원과 주요시설에 대한 방역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3만여 명의 방역인력을 투입해 검병과 방역 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방역 상무를 통해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각 기관들에 ‘코로나19대응 지침서’를 하달해 전체 주민이 소독과 방역에 참여토록 강조하고 있다.
강화된 주민 통제 조치도 발표되고 있다. 본지 보도(21일)가 나온 지 일주일 만인 27일 북한 매체는 전국의 유치원과 학교에서 방학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사스·메르스 때도 없었다… “北, 돌연 한달 ‘재방학’ 실시 결정”)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공무원이나 공장 기업소 일꾼의 출장명령서도 발급하지 않고, 특히 국경지역으로 이동은 이중 삼중으로 통제하고 있다. 또한 사망자는 무조건 화장하도록 지시했다고 내부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언급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은 내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한국을 비롯한 외국 사례를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북한은 1월 22일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해 오늘(2일)까지 노동신문에서만 300여 개(1일 평균 6개)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외에도 현장에는 정부 발표와 지시문, 인민위원회 방역소의 점검이 한창이다. 북한은 코로나 비루스 치료약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자체 개발된 인삼가공의약품과 금당-2주사약 등이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본지 내부 소식통들도 코로나19 관련 유증상자의 사망 소식이 중앙방역 지휘보에 보고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은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도 발병자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초기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초기부터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위생에 대한 각성이 높아진 점은 주목된다. 국경봉쇄의 심리적 파장이 큰 데다 중국과 남한에서 크게 확산된 사실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점이 위기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북한의 의료실태 속에서 생활해온 북한 주민들이 전염병과 돌림병에 대해 스스로 위생을 지키려는 행동들도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학 소독제나 방역제품이 부족한 북한에서 식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 행사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게 하고 있고, 평양 등 대도시 주민들은 마스크 착용자가 크게 늘었다. 지방에서는 시장 장사꾼들이 많이 착용한다.
북한 국경지역 주민들은 당국의 강력한 통제도 있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밀수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물가가 요동치면서 생활상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비루스(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나라들에서 방역옷을 입고 환자를 나르고,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것을 테레비(텔레비전)에서 보고 주민들도 겁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그만큼 각성하고 있다”면서 “밀무역은 앞으로 안 되니까 시장 장사도 계속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상증세를 보이는 대상들에 대한 격리조치(자택격리로 추정)를 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식량, 생활필수품, 부식물들을 보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그 숫자는 강원도 1500여 명, 평안남도 2420명, 평안북도 3000여 명, 외국인 380명 포함하여 총 73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