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국제기구를 통해 확인된 가운데, 현재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돼지고기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내부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점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미 발병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된 강연회는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미 소문이 퍼졌고 주민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돼지고기를 사 먹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통상 북한 당국은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 강연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전하고 주의를 당부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내부적으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당국이 돼지고기 유통 및 판매 단속을 강화하는 등 특이 동향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어, 주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 평안남도 소식통은 “(당국이)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팔지 못하게 한다”면서 “사람들이 뒤로 개인적으로 몰래몰래 팔고는 있는데, ‘먹으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를 사겠다는 사람이 드물다”고 전하기도 했다.
평안북도 소식통 역시 “(당국이) 돼지고기를 공식적으로 팔지 말라고 단속을 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널리 퍼졌고, 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다 나서 돼지고기를 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재 양강도 혜산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부정확한 정보에 기인한 괴소문에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과 확산 방지를 위한 방법 등을 언급하는 등 나름대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이 병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발병하는 원인과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주민들도 여럿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한 이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방역협력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앞서 북한은 자강도 우시군에서의 발병 사례 1건을 국제기구에 보고했으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이병률이 높다는 점과 북한의 방역 체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다른 지역에도 발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상황에 대해 “다양한 첩보들이 있다”면서도 “정확히 확인되기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상을 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