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개처형 장소 323건 추출”…TJWG, ‘맵핑 보고서’ 발간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1일 보고서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을 발표했다. /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북한 내에서 일어난 공개처형과 시체 암매장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매핑(mapping) 보고서가 공개돼 관심이 쏠린다.

국내 북한 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1일 직·간접적으로 공개처형 및 암매장 정보를 접한 탈북민들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살해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TJWG가 탈북민 610명을 인터뷰해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 가운데 북한 정권에 의한 처형장소는 323건으로 TJWG는 직접 목격했거나 목격자로부터 직접 들은 경우 등 정보출처의 신빙성이 높고 위치 좌표를 확보한 정보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이영환 TJWG 대표는 “북한 당국이 증거인멸이나 현장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모든 정보를 보고서에 담지는 못했다”며 “위성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주소에 대한 정보까지 조사가 진행된 상태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개처형장소, 시체 암매장 장소 같은) 범죄 현장의 경우 좌표를 최대한 보존해서 전략적 모호성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정보를 공개하거나 (혹은) 비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탈북민의 83%가 북한에서 살던 중 공개처형을 목격했으며 53%는 당국에 의해 강제로 한 번 이상 공개처형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개처형을 목격한 사람 중 당시 7세의 어린아이도 포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TJWG는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강가, 공터, 밭, 시장, 언덕, 산비탈, 경기장, 학교 운동장 등 공개된 넓은 장소에서 이뤄졌으며 모인 사람들의 규모는 수백 명에서 천 명 이상 규모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넓은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공개처형을 진행하는 것은 강한 폭력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고 사상적 이완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에는 2013년과 2014년에는 보안원들이 공항에서 쓰는 것과 유사한 휴대용 보안검색기로 공개처형 참관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처형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전화기를 탐지해 임시 압수했다는 진술도 담겨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북한 당국이 인권 문제가 차후에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며 “북한인권에 대한 모니터링과 외부의 문제 제기가 북한 당국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1일 보고서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을 발표했다. /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또한, 보고서는 북한정권이 공개처형했거나 수감 중 사망한 수인들의 시체를 비밀리에 처리한 장소에 대한 정보도 공개했다.

보고서는 신빙성이 높고 위치 좌표를 확보한 25건의 시체 처리장소 중 20곳은 시체가 암매장된 곳이며 4건은 시체를 불태운 곳, 나머지 1곳은 시체를 내던져 버리거나 아무렇게나 방치한 곳이라고 밝혔다.

설문에 응답한 탈북민들의 설문 응답자의 27%는 북한 정권에 의해 강제실종된 가족 구성원이 있고, 그중 83%가 여전히 생사나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보고서는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고 직접 현장을 확인 조사할 수 없으며, 다른 추가 정보제공자들을 찾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보고서에 담긴 정보를 확정적 결론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 인권 침해 책임추궁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노력을 뒷받침하고, 피해 구제에 초점을 둔 미래의 전환기 정의 조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조사하고 기록한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거의 모든 공개처형 직전에 현장에서 혐의자는 거의 ‘반죽음’ 상태로 끌려 나와 ‘약식 재판’을 받았으며 변호인의 조력 없이 혐의와 판결이 낭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사법체계 하에서 정당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북한당국이 처형 이유로 든 죄를 실제 피고가 저지른 것인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TJWG는 “범죄혐의에 관한 통보, 변호사 선임,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포함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전적으로 부인되거나 형식적으로만 재판 현장에 공개처형을 집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사형선고를 미리 결정해놓고 재판하는 시늉만 내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실제, 북한에서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절차가 완전히 무시되고 사형이 집행된 사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법에 규정된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하나로 인민무력성 후방국 검열 국장이 공개처형 된 바 있다.(▶관련기사 : 北 인민군 중장 공개총살…”핵무력 성과 오도·자의로 배급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