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당국의 관혼상제 간소화 방침에 “오히려 잘 됐다”

평양 창전거리 선경종합식당 결혼식장에서 열린 결혼식 장면. /사진=연합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여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민들에게 ‘관혼상제(冠婚喪祭) 간소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의의 지침으로 생일과 결혼식, 제사 등도 간소하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또한 ‘3명 이상 모여 술을 마시는 것도 통제대상이기 때문에 주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회람장(회의 내용을 간단히 적은 종잇장)을 인민반장이 가정마다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전엔 식량 사정이 어렵거나 난잡한 음주 문화가 창궐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혼상제 간소화 지시를 하달하곤 했다. 때문에 이처럼 전염병 차단을 이유로 단행된 건 이례적 조치로 평가된다.

특이한 모습은 또 있다. 이는 주민들이 이 지시를 잘 따르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동향이 포착되고 있는 이유로는 크게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난’이 꼽히고 있다.

소식통은 “농촌마을에서는 생일날이면 정말 온 동네가 명절인데, 요즘은 애기 돌 생일도 가족끼리 간소하게 하고 있다”면서 “괜히 크게 했다가 위생방역체계에 걸려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몇 달 동안 장사가 잘 안돼 생일을 쇠라고 해도 걱정’ ‘준비할 게 마땅찮아서 속상했는데 이런 조치가 있어서 생일을 안 쇠도 따분하지 않을 명분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북한식 정(情)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이다. 소식통은 “이제 생일은 아예 가족끼리만 쇠고 직장사람과 주변 사람들을 초청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3월부터 5월 초까지 결혼식을 하곤 했었는데,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결혼식을 계획했던 일부 가정에서는 식을 올리지 않고 먼저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