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체제 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외부 정보 유입이 강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청년들에 대한 외부의 사상·문화 유입을 경계하고 나섰다. 특히 외부 세계가 협력이나 교류를 빙자해 반동사상을 전파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등 외부와의 공식·비공식 접촉마저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제국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자’는 제목의 정세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이 감행하는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에서 첫째가는 대상은 청년들”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들에 대한 사상 교양 사업을 홀시하면(소홀히 하면) 청년들이 쉽게 날라리 바람에 말려들 수 있으며 사회의 우환거리로 될 수 있다”면서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적인 청년들에 대한 사상 교양 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북 전문가들은 체제 충성도가 낮고 자본주의 문화를 익히기 시작한 북한의 젊은 세대, 소위 ‘장마당 세대’들이 외부 정보에 큰 관심을 갖고 의식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들은 북중 접경이나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제품 및 외국 영화 등을 담은 DVD·USB 등도 더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라디오 방송 등으로 유입되는 외부 세계의 흐름을 더욱 적극 수용하게 된다고 알려진다. 반대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향후 체제를 지탱해야 할 미래 세대들의 이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을 방문 중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강연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북한 주민들은 국가 선전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갈수록 불법으로 수입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어 정권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이런 변화들은 북한의 민중봉기를 생각하는 것이 갈수록 가능해지도록 한다”면서 2010년 ‘아랍의 봄’과 같이 북한에서도 체제에 대한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 내에서도 외부 정보를 접하는 주민이 늘어나는 데다 체제 충성도마저 하락하자, 북한 당국도 ‘장마당 세대’인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상 단결에 주력하려는 모습이다.
이날 신문에서도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허용하면 제도가 변질되고, 나중에는 자기 존재를 끝마치게 된다”면서 “사회주의가 붕괴된 여러 나라들의 비극적 현실이 이것을 웅변으로 실증해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은) 협력과 교류 등 허울 좋은 간판 밑에 공개 또는 은폐된 방법으로 반동적인 사상 문화를 끈질기게 유포시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복수의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북중 간 공식·비공식 무역 과정에서도 상품뿐만 아니라 대량의 정보나 문화 콘텐츠가 오고가는 등 소위 ‘자본주의 바람’이 북한에 들어갈 여지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기에도 공단 내에서 남북한 근로자들이 접촉하는 그 자체가 남한의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는 계기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거듭된 대북 접촉 제의에도 불구, 김정은 정권이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경계도 하나의 주요한 요인이라 풀이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