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 등 대도시에 있는 국영기업소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지역 상인의 수가 상당히 감소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구매력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북) 제재 전에는 상인이 시장 밖까지 하면 1000~1500명 있었는데 이제는 눈에(눈대중으로) 보면 100명도 안 될 거 같다”며 “이 100여 명도 다른 곳에서 장사해보겠다고 갔다가 거기도 안 되니 돌아왔거나 어디 갈 데가 없어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시장에서 세(稅) 받던 관리원도 이제는 절반으로 줄었다”며 “실제 시장세 받으려 시장 나가면 상인들한테 매 맞아 죽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상하니까(좋지 않으니까) 나가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식량은 하루에 15킬로(kg) 이상을 팔아야 시장 장세를 내는데 1킬로도 못 팔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세 내려 우리가 (시장에) 나가나’는 말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평양과 신의주(평안북도)와 혜산(양강도), 평성(평안남도), 청진(함경북도), 함흥(함경남도) 등 주요 도시 상인의 수는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시장 유동 인원이나 상인 수가 줄어드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경기 침체가 농촌을 비롯한 취약 계층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소식통은 “공장에 나가도 가동을 안 하니까 월급이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 사람들도 없어졌다”며 “(대북) 제재가 심해 일거리마저 없으니 사람들 수중에 돈이 없어 물건을 사 먹질 못한다”고 전했다.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전문가 “당국의 적극 개입 영향 무시 못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춘궁기를 맞아 소폭 상승세이긴 하지만 신의주, 혜산 등 주요 도시 쌀 가격(1kg)이 4000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한 주요시장 곡물가격 오름세… “춘궁기 접어들면서…”)
이에 대해 소식통은 “제재가 심한데 옥수수 값이 안 오르는 이유도 사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가격을 올려놓아 봤자 사 먹질 못해서 값이 눅을(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름 값이 눅은 것도 기업소가 생산을 못해 차가 안 다녀서 그렇다”면서 “디젤이나 휘발유 파는 집 가보면 제재 전에는 장사가 좀 됐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봐도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북 제재와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도 물가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봉현 IBK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물가 변동이 크지 않은 건 제재 국면에서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물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하고 제약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북한) 당국은 시장을 방치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 유지가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을 선택했다”며 “각 인민위원회 양정부와 경영위원회를 통하여 시장에서 곡물 가격의 상승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족한 물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급하라는 지시문이 떨어져 돈이 되는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다”며 “그 방식에서도 공식무역과 밀수 등 다양한 루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