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백 칼럼]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우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취임식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김연철 전(前) 통일연구원장이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노무현 정부는 제61차 유엔 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다. 당시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이던 김연철 장관은 현황보고서에 “국제외교무대에서 인권정치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동안의 논리와 다른 선택을 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노무현 정부를 비난했다.

김연철 장관은 북한인권 증진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 위원이 된 후 단 한 차례 회의에 참석했을 뿐 대부분 회의에 불참했다. 김 장관은 ‘강의가 겹쳐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회의가 있던 2017년 1월 24일, 3월 20일, 2018년 5월 11일에 김 장관은 강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정부의 북한인권 증진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부서다. 주관부서 장관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북한인권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작성한 2006년 현황보고서 내용을 보면, 김 장관이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의 탈북자 입주를 이유로 8개월 이상 남북관계를 거부한 경험이 있다. 인도적 지원 중단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인권결의안 찬성으로 당분간 불신의 증폭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더 엄밀하게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문제를 다른 문제에 우선하는 관점이 배어난다.

김 장관은 2016년 송민순 전 장관 자서전이 논란이 될 때 “북한이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불쑥 유엔에서 인권결의안에 찬성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겠는가”라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썼다.

북한 문제는 북한 핵과 한반도 평화문제, 2천5백만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북한 민주화 문제, 분단 극복과 통일국가 건설문제를 모두 포함한다. 모든 문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전쟁으로 분단을 고착화해서는 안 되며, 북한 정권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에 눈감아서도 안 된다. 이 때문에 그 어떤 부처보다 균형감각이 필요한 곳이 통일부다.

북한 정권은 한편으로는 통일의 동반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정권이며 핵을 개발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다.

균형감을 잃고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만 매몰된다면 자국민에 대한 억압과 주변국에 대한 위협으로 생존하고 있는 전체주의 정권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는 길로 갈 수도 있다.

국민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김 장관의 막말이 아니라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균형감을 상실한 정책 수립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