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통제한 이후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20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지난달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후 장마당에서 약품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당(黨) 중앙위원회와 내각이 생활 필수품 외 기타 물품의 수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동결정서를 하달한 후 의약품까지 기타 물품으로 취급돼 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콩기름이나 맛내기(조미료), 화장품이야 당장 안 쓸 수 있지만 없으면 큰일나는 인슐린까지 (중국에서) 들어오지 않는다”며 “장마당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제약 기술이 부족해 대부분의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순천(평안남도), 평양, 함흥(함경남도) 등 10여 곳의 제약공장에서 항생제 및 항균제 등 합성의약품을 생산하지만 이 또한 원료는 수입재인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북중 국경이 폐쇄된 후 의약품 가격이 상승하자 장사꾼들이 국산 항생제까지 매점매석하는 현상도 나타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항생제, 코로나19에 효과없다’는데…北 시장서는 가격 폭등)
특히 북한은 병원이나 약국에서도 약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병세를 진단하고 장마당에서 약을 사서 임의로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로 약물 오남용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만 현재는 약품 자체가 부족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필요한 약을 제때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간부나 무역 일군(일꾼)들의 경우 술을 많이 마셔 당뇨나 고혈압을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역이 안 되면서 이 사람들도 약을 못 구해 발만 구르고 있다”면서 “목숨이 위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밀수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밀수꾼들이 수입품 밀반입을 지속하고 있지만 당장 수요가 많고 중국에서 구하기 쉬운 식료품 위주로 밀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선 이달 중순경 북중 무역 통제가 해제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알려졌다.소식통은 “곧 무역이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그나마 희망이 있었는데 최근에 심양(瀋陽)에서 비루스(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해 빠른 시일 안에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달 초 공개한 ‘코로나19 글로벌 인도적 대응 계획 보고서’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 비보건 분야를 합쳐 3970만 달러와 인도적 지원금을 포함해 총 1억 467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마스크, 방호복, 의약품 등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반 의약품 지원은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비료, 건설 자재 등 필수 물자를 수입하는 국가무역 외에 개인의 밀무역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어 인민 생활품을 포함해 의약품 부족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