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조쌀 장마당 판매 현장 포착, 전격 공개

▲ 21일 열린 ‘日무상지원 쌀 北시장판매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

지난 2월 북한 용천에 지원된 구호물자가 청진시 수남시장에서 거래되던 동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북한에 무상 지원한 쌀이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북한 지원쌀이 관리들에 의해 장마당으로 빼돌려지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 것.

21일 오후 4시 일본 내 북한인권단체’RENK'(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26일 11시경 평양남도 안주(安州)시 남흥 시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공개했다.

기자회견장에는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이 참석,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동영상에는 청색으로 인쇄된 WFP(세계식량계획)의 로고와 일본정부 기증임을 알리는 일장기가 표시된 쌀 포대가 장마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기자회견 중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대표(우), ‘RENK’ 이영화대표

쌀 자루에는 일본의 대북지원 식량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일본정부 기증’, ‘일본국민으로부터’란 문구도 한국어와 영어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일본원조의 이 쌀은 파키스탄산 50kg짜리 입쌀로 1kg에 1천5십 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일반 노동자의 월급은 북한돈 3천원 전후).

남흥 시장에는 일장기가 찍힌 쌀 자루 이외에도 WFP 로고가 찍힌 쌀 포대, 중국산 쌀 포대 등 다양한 대북 원조 식량이 거래되고 있었다.

쌀 포대 하단에는 ‘2004년 10월’이라는 제조날짜가 기록돼 있어, 지난 해 5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두 번째 방북 당시 김정일에게 약속한 대북지원 식량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 정부는 북한에 2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약속 했지만, 납치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12만 5천 톤만 지원했다.

동영상을 공개한 RENK 이영화(일본 간사이대 경제학과 교수) 대표는 “RENK는 일본 정부가 지난 해 10월 북한에 무상 지원한 쌀이 북한 특권층에 의해 장마당으로 빼돌려 질것이라고 확신, 끈질긴 추적 끝에 촬영에 성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 2월 공개된 수남시장 매매 장면

이 대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물자가 고위층에 의해 불법적으로 장마당에 유출되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북한 식량사정 개선은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식량사정 개선을 위해서는 분배 투명성 보장과 경제 분야에 있어 근본적 개혁이 뒤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RENK소속 탈북자 김만철(가명. 30대)씨가 반년간의 북한잠입 끝에 촬영한 것으로, 2분 분량으로 편집됐다. 김씨는 2003년 8월과 2004년 7월에도 인도적 원자물자들이 부정 유출되는 현장을 촬영해 전 세계에 폭로한 바 있다.

이 동영상은 <데일리엔케이> 홈페이지를 통해 22일 0시부터 공개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