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의식변화 이끌 대북 정보유입 강화해야”

2005년 첫 발의됐던 북한인권법이 무려 11년 만에 시행됨에 따라, 법안이 단순한 ‘상징’에서 머물지 않고 북한인권 개선을 이루는 실천적 방안이 될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부가 북한 정권의 변화 나아가 체제 변화를 유도하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이른바 ‘인권 압박’ 정책을 추진해 엘리트층부터 북한 주민들까지 포용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엘리트층에서도 감지되는 일련의 ‘탈북 러시’가 외부 정보 접촉에 따른 의식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북한인권법을 계기로 북한 내 정보 유입을 확대해 체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을 미리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 개념을 인식시키고 한국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게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사진)은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가장 중시해야 할 책임자이자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을 채택하는 데만 무려 1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면서 “북한인권 개선이 왜 중요한지,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데 있어 법과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데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유 수석부의장은 “북한에 대한 인권 제재는 매우 당연한 수순이다. 인권 제재는 북한 정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도구적 효용 가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인권이라는 건 그 자체로도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면서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인권 제재까지 병행된다면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데 당연히 배가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등 국제적 차원의 대북 인권 압박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인권에 대해 우리가 해왔던 많은 지적들 또는 비판들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됐다고 본다. 특히 인권 유린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조건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조치는 향후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무모한 핵개발을 하는 것까지도 억지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최근의 북한 엘리트층과 일반 주민들에게서 나타나는 탈북 등의 이탈 현상이 외부 정보와의 접촉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면서 “북한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북한 내부로의 정보 확산”이라 강조했다.

그는 “북한으로 송출하는 방송이라든지, 북한에 정보를 제공할 수단을 여러 각도로 마련하는 게 북한 체제나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그들의 인식, 예를 들어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불필요한 오해, 두려움을 희석시키고 바꿔나가기 위해 진실을 알리는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270호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데 어느 정도의 압박이 되느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드는 데 제재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북한은 수백만 주민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쏟아 붓는 체제다. 때문에 단기간에 제재의 효과를 보겠다는 욕심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중장기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제재의 효과가 입증될 때쯤이면 북한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의 빠른 변화를 직면한 상태일 것”이라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국가들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제재에 참여하고 있을 텐데, 이들이 이탈하지 않게끔 현재의 공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제재가 (북한 균열을 일으킬)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감지해가면서 제재를 지속하는 게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다음은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의 인터뷰 전문]

-7월 하순부터 8월 초까지 미국 순방 일정이 있었던 걸로 안다. 어떤 자리였나?

7월 27일부터 미국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샌디에이고 다섯 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컨퍼런스(회의)와 강연, 간담회를 열었다. 시카고에서는 민주평통 세계 여성 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전 세계 39개 협의회에서 100여 명의 여성 자문위원들과 여성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민주평통에서 여성 위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를 논의하며 지속적인 네트워킹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애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과 함께 미국 지역에서 활동 중인 청년 자문위원들과 지도자들을 만나 한반도 통일과 북한인권, 동북아 정세 등 전반적인 사안들을 논의하고 강연회를 열었다. 로이스 위원장과 토크쇼처럼 강연회를 진행하면서 젊은 지도자들의 질문도 받고 이에 답변하며 함께 시간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고 본다.

샌디에이고 오렌지카운티 협의회에서는 미국에 있는 탈북민들, 특히 청년 탈북민들에게 장학금과 정착 지원금을 주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와 함께 관련 주재로 강연을 열기도 했고.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과 함께 주요 현안을 논하고 해당 지역에 협조함으로써 미국 주류 사회에 한반도 통일과 북한인권 문제를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왔다.

지금 시기 자체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미묘한 경쟁 관계도 두드러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미국에 있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공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뒀다.

-미국 순방 기간 중 한국에서는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국내적 논란이 불거졌다. 미주 동포 사회 분위기는 어땠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선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보였다. 특히 미국 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야 말로 한미 동맹을 적극 지지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주류 사회에 가장 잘 전해줄 수 있는 분들이 아닌가. 자문위원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줘서 다른 국가 또는 다른 협의회 분들과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고 왔다.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한지도 벌써 8개월째다. 지난 활동들을 간략히 정리해준다면.

지난 1월 8일에 수석부의장으로 취임했는데, 하필 그 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후 상황이 조금 호전됐다면 좋았겠지만, 북한은 계속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해서 통일 또는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정부도 그런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민주평통은 지난 8개월간 국론 결집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규탄 시위도 하고 성명, 결의문 등도 발표했다.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관련 강연회를 열었다. 그간 우리가 조금 소홀히 다뤘던 안보 분야에 있어서 북한의 도발이 치명적인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알림으로써 국론 결집을 이루려 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민주평통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차세대 육성’에도 주안점을 뒀다. 다음 세대들이 통일에 더 관심을 갖도록, 그래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지난 8월 14일 방영됐던 ‘통일 골든벨’도 그 일환으로 추진됐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예선부터 본선까지 치렀는데, 본선에는 국내 대표 89명과 해외 대표 11명이 참가했다. 예선까지 합치면 15만 명 이상의 참가자와 함께 한 셈이다. 해당 학교 학부모들과 교사들, 지역 관계자들, 민주평통 자문위원들까지 고려하면 더 많을 것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젊은 세대들, 특히 청소년들로 하여금 통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노력해줬고 민주평통도 그 뒷받침을 하려 노력했다.

해외에 있는 민주평통 청년위원들이 대거 참석했던 ‘통일 안보 비전대회’도 있었다. 국방부의 후원도 받아 추진된 행사였는데, 이 역시 청년들의 통일 및 안보의식을 어떻게 고취시킬 수 있을지 함께 의견을 나눈 기회의 장이었다. 즉 지난 8개월간 민주평통은 북한의 핵 문제는 물론 사드 문제까지 일련의 안보 사안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주요 역할을 맡았고, 동시에 미래 세대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일깨워 줌으로써 책임을 던져주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수석부의장으로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데, 사실 수석부의장께선 오랜 시간 북한 전문가로 활동해오지 않았나. 집권 5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하고 싶다.

북한 정권은 한 마디로 ‘세습 독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정권의 명운을 핵무기와 이를 토대로 한 위협에 건다는 데 있다. 핵으로써 체제를 결속하고 대외적인 협상력도 유지하겠다는 노선인 것이다. 때문에 이를 바꾸려면 대단한 의지와 주변 국가들과의 공조가 절실하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결의안 2270호도 사실 역대 채택된 결의안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중국도 이 제재안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돼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다보니 김정은 입장에서는 굉장히 가혹한 통제 장치를 동원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비정상적인 성향이나 리더십이 아직 안정돼 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지금의 통치 스타일은 스스로 불안정 요인을 초래할 만한 요인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핵도 보유하고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노선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이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 존립도 위험한데, 그러나 북한은 역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채 핵개발에 올인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북한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공동 전선으로 계속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지속적인 공조가 이뤄진다면 북한 체제가 지금과 같은 핵 보유 노선을 계속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활은 과거에 비해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이 제재가 계속되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고, 또한 해외 고위 관료나 외교관들이 탈북하는 게 불가피한 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 북한이 정책 변화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북한 엘리트 내부의 균열, 그런 불안정성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비를 하고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돌발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을 비롯해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 엘리트 층의 탈북이 잇따르다보니, 북한의 체제 안정성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부는 이른바 엘리트들의 ‘탈북 러시’를 북한의 체제 균열 조짐으로도 보던데, 수석부의장께서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북한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취할 수 없는 아주 무모한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지도자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정책들이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보전하기 위해 김정은은 일반 주민들이나 외화벌이 종사자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일꾼들이나 상위 간부들이 이탈 행위를 하거나 탈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 북한 체제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본다. 지난 번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한 경우도, 예외적인 일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사례가 또 다시 일어날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생성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누구든 탈북을 할 수만 있다면 하고야 마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에 태영호 전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한 사건도 북한 사회에서조차 가장 신임 받고 혜택 받는 사람들조차 목숨 걸고 탈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누구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같은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당국도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조치를 다 취하고 있다. 이탈 행위를 발견할 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균열과 이탈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 때엔 대형 탈북이라든가 엘리트 체제의 균열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북한 당국이 워낙 강하게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탈 조짐이 다소 억눌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변화를 감지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 주민은 물론 간부까지 포용하면서 김정은과의 분리 정책을 시도하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본격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전략으로 들어섰다고 봐도 되나?

예단하기엔 이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면 북한과 대화도 하고 교류와 협력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뒀다고 판단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 물론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면 레짐 체인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북한 정권에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단계다. 정책을 바꾸면 6자 회담 틀 내에서 체제 보장 또는 경제 지원 등이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알리는 것이다. 즉 현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는 건,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주변 국가들의 공조를 확보하는 일이다.

-북한 주민과 당국을 구분하는 대북정책이 마련된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인데, 다만 이를 성사시키려면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꾀하는 게 관건이지 않나 싶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신뢰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 무엇이 돼야 할까?

북한 사회는 지난 70년 동안 수령 독재, 세습 독재를 이어오며 외부와 차단되고 고립된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때문에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들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외부와 교류를 하는 데 있어 통제를 받고 있지 않나. 그런 와중에 조그마한 외부와의 접촉이 이뤄진다거나,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수많은 탈북민들을 만나 조사하고 인터뷰를 하며 확인해온 결과다.

따라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외부로부터의 정보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북한으로 송출하는 방송이라든지, 북한에 정보를 제공할 수단을 여러 각도로 마련하는 게 북한 체제나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 예를 들어 남한에 대한 편견이나 불필요한 오해, 두려움을 희석시키고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의 진실을 알리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을 변화시킬 방안으로 경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 위협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으니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비롯해 작금의 대북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압박이 된다고 보나?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드는 데 제재 이외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강압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대신 제재는 북한과 같이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에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진 않는다. 북한이 제재에 바로 반응을 나타낼 만큼 쉬운 체제나 정권도 아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인내심을 가진 채 제재를 이어가야 한다. 제재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 주변국들과의 공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재라는 건 경우에 따라 제재 시행국에게도 부담을 수반하는 일이다. 제재 대상도 물론 고통스럽겠지만, 제재를 하는 쪽 입장에서도 나름 분야별로 손해를 보고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게 있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끌어안고 제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주변국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북한에 제재를 가할 때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려는 욕심보다는 중장기적인 상황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고, 우리가 북한과 접촉했을 당시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북한은 수백만 주민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쏟아 붓는 체제다. 다른 나라들처럼 제재로 인해 몇몇 사람들, 또는 특정 분야에 피해가 생긴다고 해서 정책을 바꿀 사회가 아닌 것이다.

대신 북한과 같은 체제는 제재의 효과가 입증될 때쯤이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의 빠른 변화를 직면한 상태일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될 때까지, 즉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감지하면서 제재를 지속하는 게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인권 제재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은 이미 김정은을 인권 범죄자로 규정했고,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 같은 일련의 인권 제재 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북한에 대한 인권 제재는 북한 정권 또는 북한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도구적 효용 가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인권이라는 건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탈북민들의 증언이나 북한에 갔던 외부 방문자들의 관찰을 토대로 봐도,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상태의 인권 유린 국가다. 때문에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인권 제재까지 병행된다면 북한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데 당연히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인권이라는 건 다른 목적으로 인해 훼손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나.

다행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정권 최고 수뇌부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를 고려해볼 때,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가했던 인권 유린 형태들에 대해선 단순 양자 간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동 보조를 토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렇게 나아갈 때 북한의 체제 변화가 가속화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인권에 대해 우리가 해왔던 많은 지적들 또는 비판들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인권 유린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조건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조치가 향후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무모한 핵개발을 하는 것까지도 억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안보 부문을 살펴보자.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한국 사회 내 의견 대립이 상당하다. 국론 통합이 절실한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드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이나 잘못된 인식은 과학적인 근거들로 어느 정도 해소가 돼 가고 있다. 다만 사드라는 게 워낙 민감한 소재이다 보니, 정부가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데 시간적, 절차적 과정을 많이 투자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본다. 정치권도 이를 알고 있어서 지금 사드 배치 예정지로 돼 있는 성주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있다. 새로운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텐데, 이러한 노력들이 남남(南南)갈등을 해소해 갈 것이라 본다.

다른 하나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주변 국가들이 갖고 있는 우려, 특히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이 지나칠 정도로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우리 정부나 군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정치화된 논의가 계속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계속된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기존의 패트리어트 미사일로는 부족하고, 한국형 킬 체인(Kill-Chain)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사드 배치는 안전망을 보다 확실히 구축한다는 차원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사드가 실제 배치되는 지역 주민들은 자칫 지역에 불이익이 올까 염려되겠지만, 반대를 위해 과장되거나 왜곡된 논의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가 전문가들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줘야 하고, 국민들도 국가 안보를 위해 결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는 데다 안보 문제를 두고 대립이 계속되다 보니 통일이 되기는 하는지, 심지어 통일이 필요하긴 하는지에 대한 의견차도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의 통일 의지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많은데, 대책이 있을까.

핵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우리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또는 과하게 부담을 느껴 통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론 분열이 일어나자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이거나 저거나 다 싫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한국 사회가 직시할 필요도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분단 70년이란 세월을 고려해볼 때 비단 ‘통일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등의 당위적 측면만으로 설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통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 즉 비단 경제적인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한다거나 미래 비전을 설계한다는 측면에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거부감 또는 두려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관심을 이끌어낼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평통에서도 통일 골든벨이나 통일 비전대회 등 여러 행사들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의 긍정적인 부분을 알리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젊은 세대가 통일에 관심을 갖고, 통일이 곧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생각을 바꿔가고 있다. 통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실천적이고 효과적인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

-북한의 변화와 통일 준비를 해가는 과정에서 수석부의장으로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민주평통의 주요 기능은 의장인 대통령께 정책 자문을 구하고 건의하는 일이다. 또 국론을 결집해가면서 통일을 위한 풀뿌리 운동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그런 일이 지속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수석부의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굳이 하나 꼽자면,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사실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그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건 아닌데, 북한인권법이라는 입법 조치 하나만을 채택하는 데 있어 11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미국은 일찍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서 북한인권 관련 사업을 하는 국내외 단체들을 지원해오고 있고, 탈북민 정착과 가치 정립을 위한 일에 있어서도 대단히 선도적인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일본도 나름대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일본 출신 탈북민들을 특별히 보호하는 등의 일로 헌법적 가치를 지켜오고 있다.

반면 우리는 북한인권 문제를 가장 중시해야 할 책임자이자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그러한 일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 그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던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인권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데 있어 왜 법과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 정치권에서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제라도 북한인권법이 통과됐으니 개인적으로도 현 단계에서 북한인권을 개선하고 통일 준비를 하는 데 힘쓰고 싶다. 북한인권 개선 사업을 하는 단체들 그리고 탈북민들이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싶고. 다행히 민주평통에서도 북한인권 법제 위원회를 중심으로 탈북민 법률 지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60명 정도의 법률가들이 모여 있는 단체인데, 국내 40개 NGO 단체들과 전략 대화도 나누는 등 여러모로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을 정권으로부터 구분하는 일에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체제가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통일이 해줄 것임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통일의 대상은 바로 남한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의 수순이라는 걸 알린다면 북한의 변화와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노력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후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 즉 우리 정부와 국민들 나아가 해외 동포들에게 당부의 한 마디 부탁드린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종종 벽에 부딪히는 측면이 있다. 북한이 헌법과 당 규약에 핵 보유국을 선언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저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지 않나. 핵 포기를 하지 않은 북한에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만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고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는 평화적인 통일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의 핵 포기는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의지로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한다면, 북한의 엘리트들도 현실을 깨달아 과거 동유럽 국가들이 그랬듯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또는 내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북한 사회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변하고 북한 사람들이 변하면, 우리에게도 독일과 같은 통일의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믿음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담론을 형성한다는 건 지나치게 이중적이고 피상적이지 않나. 우리가 진정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고 북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고, 그래서 결국엔 통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기초가 될 것이다.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변화와 통일에 자기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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