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마당, 거듭된 강력한 제재에도 물가 동요 없이 잠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5일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하고 한 달이 흐르는 동안 북한 시장(장마당) 물가와 환율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8월 넷째 주에는 평양과 신의주, 혜산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돼지고기 등 식재료값과 함께 휘발유·디젤유값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환율도 달러와 위안화 모두 떨어지는 추세다.

지금까지 나온 대북 제재는 북한 시장 경제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이 3일 느닷없이 강행한 6차 핵실험에 대항한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이 어떤 식으로 도출될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유엔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채택된 후 한달이 지나는 동안, 쌀과 옥수수, 휘발유 등 주요 시장 품목 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 자료=데일리NK

데일리NK가 매주 북한 시장 물가 변화를 추적한 결과, 지역별 쌀값은 이달 초 1kg당 평양 5770원, 신의주 5740원, 혜산 5800원에서 이달 말 평양 5700원, 신의주 5680원, 혜산 5640원으로 하락했다.

옥수수값도 이달 초 1kg당 평양 2080원, 신의주 2100원, 혜산 2150원이었던 게 이달 말 평양 2000원, 신의주 1910원, 혜산 2010으로 떨어졌다. 돼지고기 값도 이달 초 1kg당 평양 12980원, 신의주 13000원, 혜산 13100원이었던 게 이달 말 평양 12000원, 신의주 12400원, 혜산 125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더불어 휘발유는 이달 초 1kg당 평양 15100원, 신의주 15060원, 혜산 14500원에 거래되던 게 이달 말 평양 12800원, 신의주 13100원, 혜산 12050원을 기록했다. 디젤유는 이달 초 1kg당 평양 11000원, 신의주 10900원, 혜산 11040원에 판매되다가 이달 말 평양 10100원, 신의주 8500원, 혜산 8435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산품 가격 변동 여부는 더욱 감지가 어렵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이 오가는 장마당에서 먹거리 가격 변화는 해당 지역 생활수준을 그대로 반영하지만, 한 번 구입해 몇 년씩 사용하는 공산품은 대북제재 시행 직후라면 가격 변화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북한 4·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하는 대북제재 결의들이 매번 ‘초강경’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되지만, 예상보다 북한 시장에서 감지되는 동요는 미미한 편이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도 “제재에는 면역이 생겼다”면서 대수롭지 않아 한다는 후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북한 시장 물가 변화를 추적해 봐도, 분기별로 물가 상승폭이 일부 품목에 한해 포착됐으나 대체로 5월 춘궁기(春窮期)와 겹치거나 반짝 ‘사재기’ 현상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아직 북한 시장 내에서 대북제재에 의한 극명한 물가 변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北시장, 제재에도 물가 동요 없는 이유?…‘민생 예외·공급 확대·가격 통제’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상품 대부분은 주민들의 생활 경제에 필요한 것들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외화벌이 차단에 방점을 찍는 대신 민생 목적 교역에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장마당 내에선 제재의 파급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특히 제재 국면에서도 장마당 물가가 떨어지는 건 지극히 시장 원리에 따른 결과다. 일단 제재로 인해 외화 수입이 감소하면 시장 내 유동자산을 축소시킨다. 이는 곧 주민들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자연히 장마당 물가도 하락하게 된다.

여기에 주요 수출품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를 내수 시장에 풀게 되면, 예전에 비해 일부 품목의 물가가 눈에 띄게 떨어질 수도 있다. 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수산물이 향후 북한 장마당에서 월등히 낮아진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북한 당국이 시행하던 가격 통제 조치도 제재 여파에 의한 장마당 내 동요를 어느 정도 억누르는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월 중순에도 쌀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판매 한도 가격(옥수수 1kg 1500원, 쌀 1kg 4200원)을 정해놓고 이 가격 이상으로 판매할 경우 물품을 ‘무상 몰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관련 기사 : 北, 내부 민심 다지기 총력…“쌀 1kg에 4200원 이상 받지마라”)

이밖에도 북한 당국이 제재 대상이 아닌 민생 분야 물품을 대량 수입해 민심을 달래는 과정에서 해당 품목의 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제재의 여파로 주민들의 생계가 악화돼 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 당국이 값이 저렴한 쌀이나 옥수수 등을 대규모로 수입해 시장에 풀 수 있기 때문.

실제 북한은 지난 7월 작년 중국으로부터 2만 1000톤(t)의 옥수수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31일 중국 해관 총서 자료를 분석한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을 인용, 북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20배나 많은 양의 옥수수를 7월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권 원장은 북한이 옥수수를 대량 수입한 배경과 관련, VOA에 광물 수출 등을 제약한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북한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고,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VOA는 북한이 지난 7월 옥수수 다음으로 쌀 1만 500여 톤, 밀가루 2400여 톤, 전분 1250여 톤을 수입했다고 밝혔다.

제재 여파, 물가 잠잠해도 ‘체제 불만’으로 나타날 가능성

이렇듯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여파가 장마당 내 물가 상승과 같은 형태로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주민들의 불안감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마당은 외부 정보가 가장 먼저 확산되는 곳 중 하나로, 제재 영향을 축소해 알리기 위한 북한 당국의 선전도 장마당 상인들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광물과 수산물 등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장마당 상인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벌어놓은 외화라도 비축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에도 혜산·무산 등 광산 주변 지역 주민들은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 광산 주변 北주민들, 대북제재 동요…“집 팔아 돈 마련”)

외화벌이가 막힌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금에 눈독을 들일 경우,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종종 시장 내 장세를 늘리거나 돈주(북한 신흥부유층)에게 각종 혐의를 씌워 재산을 몰수하면서까지 통치자금 확보에 주력했고, 이에 따라 민심 이반도 심화돼 왔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 짜내며 대외에 제재무용론을 선전하는 동안, 정작 대내적으로는 경제적·비경제적으로 제재 여파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 당국은 외부에서는 대북 제재의 구멍을 찾고 내부에서는 주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무기에 집착하는 정권과 이에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떼어놓는 전략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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