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되고 있지만, 해고된 이들은 또 다른 직종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 당국 관계자가 조선(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복장(의류)회사에 수시로 찾아가 ‘조선 노동자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고 돌려보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연이어 채택한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중국인 A 씨는 “조선 노동자 15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이 이들을 해고하라고 압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A 씨가 “계약기간 중 해고하면 저쪽(북한)과 맺은 계약서에 따라 조선 노동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한꺼번에 150여 명의 위약금을 마련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때문에 위약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북한 노동자들을 총괄하는 북한 관리자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즉, 중국 측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비자가 만료되기 전까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알선하고, 북한 관리자는 이들이 새로운 곳에 취직되는 조건하에 위약금을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기로 하는 등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현재 단둥 시내의 한 식당에만 수 명이 넘는 북한 여성이 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모두 중국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인력”이라며 “이런 식으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식당이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단둥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은 자신을 평안북도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피복 공장에서 7개월 일하다 해고돼 이곳(식당)으로 왔다. 원래는 2년 더 일할 수 있는데 해고 됐으니 남은 기간이라도 일해서 돈을 벌어 가야 손해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은 하루치 임금으로 약 100위안(元, 약 1만 7000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모두 북한 관리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중국 옌지 허룽시에서 수백 명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북한 해외 노동자의 중국 파견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중국은 앞서 지난달 16일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내년 말까지 본국으로 송환토록 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 2397호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출한 보고서에는 ‘중국 내 소득이 있는 기존 북한 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 기간이 2019년 12월 22일 이후까지 연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