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관대첩비 회담’ 제의…남북대화 물꼬 틀까

정부가 12일 북측에 북관대첩비를 일본으로부터 돌려받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작년 7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를 정상화하는 전기가 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제의는 남북 종교단체간에 지난 3월 이뤄진 북관대첩비 반환에 공조키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달 23일 자카르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이에 당국간 북관대첩비 회담에 공감하면서 나온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일본측이 북관대첩비의 원래 소재지가 함경북도 길주군이었다는 점을 들어 남북 당국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날 KBS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 가진인터뷰에서 “8.15 전에 반환이 이뤄지려면 늦어도 5월 중에는 만나야 할 것”이라며 “첫번째 만남이 중요한데 원칙적인 합의만 하면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남북이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북관대첩비 반환문제를 협의한다는 점에서 지엽적인 성격도 없지 않지만 본격적인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회담 수석대표를 문화재청장으로 결정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북측 반응에 따라 수석대표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난 달 22일 당국 간 조류독감 실무협의의 수석대표가 과장급이었던 것에 비해 급이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서히 대화의 급을 높여 남북 장관급회담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회담이 5월 중 열린다면 6월로 예정된 민간 차원의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를 계기로 대화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측 입장에서도 대내적으로 본격적인 영농철이 닥치면서 비료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남북 당국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농업증산을 올해 최대과제로 삼은 북측은 연초부터 적십자 라인을 통해 우리 쪽에 비료 50만t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과거 사례를 들어 당국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비료 외에는 인도적인 대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대화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북측 조류독감의 방역 및 퇴치를 위해 이미 지난 달 23일 소독방제차량을 비롯한 7억2천만원 상당의 물자를 북으로 보낸 데 이어 100만 달러 범위 내에서 북측 말라리아 방역을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남북대화는 필요하다”면서 “북관대첩비나 조류독감 문제 등으로 조금씩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