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정은 주인공 ‘수령형상단편소설’

최고인민회의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1일 회의가 진행됐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달 18일 자에 실린 칼럼, ‘김정은, ‘수령’으로 추대될 조짐이 보인다’라는 타이틀의 글에서 필자는 이달 초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수령으로 추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섣부른 예측이자 경솔의 소치이다. 먼저 독자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언젠가는 김정은이 수령의 자리에 앉을 것으로 여전히 내다본다. 지난번엔 약간의 조급증으로 그 시간을 앞서 잡았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의 교시로 이제 북한에서 ‘수령’의 풍모는 신비화되고 신격화 차원이 아닌 매우 인간적이며 인민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동지적 개념의 성격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즉, 수령의 핵심역할을 ‘이민위천’, ‘멸사복무’라는 인민적 영도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북한의 각 세대(연령층)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관지(월간지)들에 나오는 <수령형상화작품>들에서도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북한문학에서는 특유의 <수령형상창조>라는 개념이 있다. 이 수령형상창조의 기본원칙은 첫째 수령을 사상가, 정치가, 예술가로서 그 위대성을 깊이 있게 형상화하기, 둘째 수령이 지닌 인간적 풍모의 위대성을 깊이 있게 형상화하기, 셋째 수령의 후계자를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실성을 깊이 있게 형상화하기이다. 우리는 세 번째 원칙을 통해 <수령형상창조>의 대상에 김일성뿐만 아니라, 김정일, 김정은도 포함됨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기관지에 나오는 관련 작품들을 볼 때, 김정은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며 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도 그 대상에 포함됨을 보게 된다. 이 <수령형상창조>의 목적은 인민들로 하여금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각 기관지(월간지)는 매월 <수령형상작품들>을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다. 수령형상작품은 시, 가요(혁명송가), 소설, 수필 등 여러 장르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소설이다. 특히, 단편소설은 분량도 많지 않으면서 지도자들의 위대성을 아주 다각적으로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특유의 스토리를 담아서 말이다.

필자는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 2012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수령형상단편소설>을, 특히 김정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들을 검토하고 집중분석하고 있다. 각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기관지 세 개를 선정하여 교차 분석 중이다. 혹자는 소설은 ‘허구’ 아니냐고 치부할 수 있지만 수령형상단편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해서 집필된다는 점이다. 즉, 사건 배경이 팩트다. 물론, 스토리 전개 방식엔 설정과 과장이 기본요소인 것은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각 작품이 김정은의 정치행위와 연동되었다는 점이다. 한 예로, 북한 <청년문학> 2018년 5월호에 실린 작품, ‘밝은 빛’(김동호)은 그 배경이 류경안과전문병원 건축이다. 이 병원은 실제로 2016년에 완공되었다. 이 소설은 김정은의 위대성을 매우 창발적인 아이디어 제공에 주안점을 둔다. 그 내용을 직접 옮기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의 말이다.

“아까 들어오면서 건물정면시공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보는 사람마다 외형상 안과병원이라는 것이 대번에 느껴지도록 건물 정면 가운데다 사람의 눈을 형상해서 시공해 놓으면 아주 특색이 있을 것입니다.”

이 말에 대한 반응들은 이렇다.

“그이의 비범하신 예지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가 류경안과전문병원의 건축물을 확인해보니 다음 사진과 같았다.

류경안과종합병원
류경안과종합병원. /사진=조선의 오늘 캡처

실제로 병원에 눈의 형상이 있었다. 물론, 이것이 정말 김정은의 아이디어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이 병원을 찾는 북한 주민들은 저 눈의 형상을 볼 때마다 김정은의 위대성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또 하나의 감동 스토리를 그리고 있는데, 한 젊은 여성 식물원 박사가 실명될 위기에 놓였고 서양의 최첨단 의료장비 없이는 고칠 수가 없는데, 그 값이 천문학적이라 누구도 선뜻 결정을 못 할 때, 김정은이 등장하여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값비싼 것이라 할지라도 세계적인 최첨단 설비들을 다 들여오시오. 인민을 위한 일인데 무엇을 아낄 게 있습니까. 이것저것 타산을 앞세우지 말고 무조건 집행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의 정신으로 세상에다 자랑할 수 있는 현대적인 안과종합병원을 특색있게 잘 꾸려봅시다.”

류경안과종합병원 내부 시설 모습
류경안과종합병원 내부 시설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사진으로 확인하니 실제로 첨단으로 의료장비로 꾸려졌다.

앞서, 기술한 대로 북한은 김정은 풍모의 위대성을 인민에 대한 이민위천과 멸사복무에 맞추고 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을 대단히 신비롭게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나라 살림과 상관없이 인민들의 보건을 대단히 중시하는 따뜻한 지도자로, 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비범한 지도자로 그리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작품들을 보면, 김정은의 위대성을 민생과 인민복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건축된 육아원, 양로원, 아동병원, 치과병원, 능라인민유원지, 문수놀이장, 자연박물관 등을 소재로, 이 건축물들을 소설 배경으로 삼아 계속해서 김정은의 인간적 풍모의 위대성을 스토리로 엮어내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김정은은 인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충분히 끌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같은 보건과 복지에 관련된 건축물들이 이제 평양을 벗어나 각 도 소재지에도 세워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만일, 이런 것이 계속 진행된다면 북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김정은이 민생에 관심 없다고 말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에 세워진 건축물과 앞으로 세워질 건축물이 김정은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정은을 주인공으로 하는 <수령형상단편소설>은 김정은의 정치행위와 매우 밀접하게 연동된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서 김정은의 드러나지 않은 내면을 살짝 들여다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작품이 실리느냐에 그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2019년, 김정은 관련, 어떠한 작품들이 실렸느냐도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청년문학> 1월호는 ‘하얀 조약돌’(리준호)을 실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 조성된 위성과학자거리가 소설배경이다. 김정은이 위성과학자거리 이름을 제안하면서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기에다 더 첨부한다면 우리나라가 당당한 인공 지구위성 제작 및 발사국이라는 바로 이곳에서 그 주인공들이 살게 된다는 의미에서 <위성과학자거리>라는 이름이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성과학자거리는 2014년에 조성되었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시점인 2019년에 하필 이 같은 작품을 실었을까.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을까. 작가들은 글의 소재 및 주제를 철저히 하달받고 그것을 스토리로 구성해내는 임무를 띤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들만으로도 김정은의 머릿속 구상을 읽어 볼 수 있겠고 김정은은 여전히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심산이라는 가설도 가능해 보인다. 한 마리는 핵 국가요, 또 한 마리는 수령 등극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