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자유 갈망 북한 주민들에 희망·확신 주고 싶어”

총선 출마 기자회견 “탈북민을 위한 의정활동에도 심명 바칠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형오 한국당 공찬관리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연합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11일 선언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며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심명을 바쳐 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또 “4년 전 2016년 여름,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동토의 땅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건너올 때 꿈꾸었던 것은 단지 자유 뿐”이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살아보니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너무나 고맙고, 나아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북녘 땅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이런 소중한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지 생각해봤다”며 “나와 내 가족을 맞아준 대한민국 국민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불행히도 현재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어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조치에 실망감을 느꼈냐는 질문에 태 전 공사는 “지난해 북한에서 내려온 두 명의 청년들을 강제로 북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원칙도 없이 대처하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그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이었다”며 “남북한 통일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 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남남 갈등에 빠져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헀다.

이어 그는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발짝 더 전진하는 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라며 출마의 이유를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저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며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 정책이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이나 무조건적인 대립 구도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통일정책, 누구나 공감하는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탈북민이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후보로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태 전 공사는 “자유를 찾아 북에서 갓 넘어온 새내기 대한민국 국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그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드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다시금 증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북한 내의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태 전 공사가 신변보호를 위해 경호를 받고 있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그 문제도 (당과) 협의를 했다”며 “아마 제약이 없을 것이며 정부의 조치를 전적으로 믿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인재영입 1호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북한 인권활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협력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지성호 대표님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라며 “앞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추후에 토론을 통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탈북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수도 있지만 지역구나 나가 한분 한분 만나 직접 마음의 문을 열겠다”며 “만약 저를 선택해주신다면 의정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와 있는 탈북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함께 했으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회견 말미에 참석해 태 전 공사를 격려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나라를 위한 일을 하기시로 한 결정에 환영하고 정말 기쁘다”며 “북한의 일을 자세하고 알고 있는 역량 있는 분이자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한국당과 함께 태 전 공사의 큰 뜻을 펼쳐주길 바란다”며 “수도권에서 공천될 것 같으신데 저랑 서울에서 같이 (승리하자)”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