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치러지는 최고인민회의…北, 방역에 각별히 신경

회의날 3번 소독작업 등 방침 세워…마스크 착용 여부 두고 호위국-행사처 간 충돌도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2019년 8월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오는 10일 북한 평양에서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현 시국을 반영해 회의장 소독 등 방역 조치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회의 장소인 만수대의사당에 이미 지난 2일 방역 물자가 들어갔다”며 “회의장 방역 사업에는 의사당 내부 구조나 설비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중앙당 소속 의사당 경리부 일꾼들과 전문 방역진 30여 명이 직접 동원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회의 당일 회의장의 방역 소독 계획도 철저히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의날인 10일에는 대의원들이 입장하기 전, 점심식사를 위해 모두 나갔을 때, 회의가 끝나고 퇴장한 후 이렇게 총 세 차례에 걸쳐 의사당 내부 소독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의사당 입구에 소독액이 분사되는 기구를 설치해 대의원들이 차례로 이를 통과하도록 하고, 손 소독제를 바르도록 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 당국은 37.4 이상의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대의원들은 비상시국을 감안해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총 687명의 대의원 중 감염 의심자로 분류된 인원과 사망한 인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만 참석하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은 앞서 5일과 6일 사이 평양에 도착해 해방산호텔과 봉화산여관 등에 숙소를 배정 받는 등 현재 집결해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 7일 하루 동안 6개조로 나뉘어 번호판 없이 특별행사 때만 사용되는 ‘백대버스’를 타고 평양시내를 관광했으며, 중구역 옥류관 본관·1관(철갑상어관)·2관(자라관), 보통강구역 청류관, 만경대구역 천석식당, 대동강수산물식당 등에서 점심식사를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동안 대의원들의 평양시내 관광은 회의가 끝난 뒤에 이뤄져 왔지만, 이번에는 회의 전으로 앞당겨지는 특이 동향이 포착된 셈이다.

이밖에 통상적으로 진행됐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코로나19 여파에 생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호위국(호위사령부)에서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영구를 생전의 모습대로 보존하고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참관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하는데, 서기실 정치부 행사처에서는 이전에 진행되던 행사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의견 충돌은 대의원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호위국은 수뇌부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고집하고 있지만 행사처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기록영화로 남길 수 없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념촬영을 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면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해 회의 전날 저녁이나 당일 오전에 최종적인 결론이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회의 당일 아침 대의원들이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사업은 일단 확정된 상태라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 여부와 관련, 현지에서는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단 모든 행사는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실 것을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호위국이나 비서실에서는 전염병이 심각한 국경 쪽에서도 (대의원들이) 오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최고지도자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방역체계·인원 구축 및 예산 확보(변경) ▲사회주의보건법 수정·보충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따른 경제계획 수정 ▲조직문제 등의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