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미대화 재개, 분위기는 물씬…내용도 진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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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만족을 표시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하노이 결렬 이후 교착상태였던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시 친서를 보내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뒤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만족을 표시”했고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에 협상을 재개할만한 모종의 제안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친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공개했다는 것

김 위원장이 받았다는 친서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친서 자체보다 북한이 노동신문 1면에 이러한 사실을 보도했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다 소문이 난 상태에서 북한이 북미회담 재개의 명분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 대통령이 직접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회담 재개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영도자에게 편지까지 보내 만나기를 청하니 우리(북한)가 만나보려고 한다”는 설명 논리를 북한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북미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를 전후해 북미협상 재개의 시기가 정해질 수 있다.

다만, 협상이 열리더라도 회담 내용에서 진전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친서 내용에 중요한 제안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지만, 대개의 친서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상호 신뢰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활용되는 것이지 구체적인 협상의 내용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는 보이지만, 협상의 쟁점인 비핵화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 방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방북을 마치고 돌아가기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 여전히 협상 교착은 미국 탓

시진핑 주석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이 인내심을 갖고 미국과 대화할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의 중국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대화 재개의 신호로 읽힐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은 협상 교착의 원인이 유관국 즉 미국 쪽에 있다고 얘기했다. 북한은 과거 1년간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미국의 호응을 얻지 못해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또, 앞으로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어 보인다.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협상 진전의 단초가 될지 모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영변 만의 비핵화’의 머물러 있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미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협상 재개 분위기에는 ‘과연 잘 될까’라는 의문을 떨쳐버리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존재한다. 실질적 내용에 진전 기미가 있어 협상이 마련된다기보다는 만남 자체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화 재개의 분위기는 물씬 달아올랐다. 어렵게 마련돼가는 대화이니만큼 실질적 내용에도 진전이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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