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지시에 조개잡이 내몰린 노동자 10여명 한꺼번에 익사

2019년 5월 중국 옌지(延吉)의 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북한산 말린 조개. /사진=데일리NK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지시로 조개잡이에 나서려는 기업소들이 현재 평안북도 철산군 앞바다에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개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조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10여 명의 노동자가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정부가 지난해에는 빼놓았던 1급·2급 공장과 기업소에까지 연간 외화계획을 하달하면서 계획 실행에 나선 평안북도의 공장, 기업소들이 조개잡이로 외화를 마련하려고 바닷가로 쏠린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맑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달 초부터 북한 당국이 제시한 외화벌이 계획을 수행하려는 공장, 기업소들이 철산 앞바다에 떼로 몰려들어 조개잡이에 나서고 있다.

조개잡이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시간을 예측하고 목선을 타고 나간 뒤 배에서 내려 갯벌을 파내고 조개류를 캐고 있는데 이렇게 줄곧 뻘밭을 뒤지다 물이 밀려 들어오면 급히 바다를 떠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물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조개잡이에 몰두하면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최근에는 덕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노동자 12명이 바닷물이 밀려오기 전에 빨리 나가야 하는데도 정신없이 일하다 때를 놓쳐 한꺼번에 익사하는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사망자의 가족들은 ‘외화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노동자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 ‘12명의 목숨을 어찌 그리 쉽게 여기는가’, ‘사람을 살려내라’면서 기업소 일꾼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기업소 측은 본인들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면서 노동자들의 탓으로 떠미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어 유족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익사한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외화벌이에 마구 내몰아 사람을 죽게 하고도 아무런 보상 없이 뻔뻔스럽게 구는 기업소 일군(일꾼)들에 더는 참을 수 없다면서 중앙당에 신소 청원을 해서라도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누구든지 모가지를 떼어내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라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기업소는 외화벌이 계획에 대한 정부에 독촉에 10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음에도 익사한 인원수만큼 추가로 노동자들을 모아 조개잡이에 내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