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복귀 中파견 北노동자에 하달된 첫 지시… “당자금 헌납”

재정 상황 악화 타파 목적인 듯...소식통 "노동자들 과도한 업무 시달려"

중국 지린성 투먼의 삼마생산기지 모습. 이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최근 해외파견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충성자금 상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하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노무자(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한 직후인 이달 초 당자금(충성자금) 상납 지시가 내려왔다”며 “자금 마련을 위해 노무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 등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및 식당 영업이 중단되자 지난 1월 말부터 두 달간 기숙사에서 격리 상태에 있었다.

공장과 식당이 문을 닫기 전인 1월 설 연휴 시작 전 당국은 외화벌이 계획을 목표보다 초과 달성해 상납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北 “中 대목 잡아라”…노동자들에 외화벌이 초과 수행 지시)

1분기 당자금을 앞당겨 1월에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복귀한 지 보름도 안 돼 또다시 상납 지시가 내려오자 노동자 관리성원이나 노동자 파견을 중계한 무역회사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난해 말 새롭게 입국한 인원이어서 파견 기간의 반절을 소득이 없는 상태로 있었던 데다 당자금만 두 번째 납부하다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충성자금의 명목을 김일성·김정일 동상 건립을 위한 명목을 내세웠다고 한다. 충성심을 이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인민경제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노무자들이 반발한 가능성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지시를 하달받은 무역회사들과 관리성원들은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노동자들에겐 “조국이 어렵기 때문에 더 내야할 것 같다”면서 당자금 마련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밝히며 10대 경제전망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말에 발생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과 대륙을 횡단하는 전 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져지고 있다”며 “이 같은 환경은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선대(先代)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경제 목표를 수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거둬들이는 충성자금이 실제로 김일성·김정일의 동상 건립이나 사적관 관리에 쓰이게 될지, 아니면 부족한 건설자재비 등 국가 사업 목적으로 활용할지 그 사용처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동상건립비’를 구실삼아 충 자금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볼 때 앞으로도 해외파견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외화벌이를 강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