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시장 보수·정리 진행 중”…새 도당위원장 지적에…

시장 일시 폐쇄 후 상인들에게 돈 걷어…시장 밖 장사활동 통제·단속 움직임도

삼지연관광지구
삼지연관광지구.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갑작스럽게 폐쇄됐던 양강도 삼지연시의 시장이 며칠 만에 다시 문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삼지연 시장의 일시 폐쇄는 새로 부임한 양강도 당위원장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현재 삼지연에서는 도시미관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시장 보수 및 정리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새로 온 도당위원장이 얼마 전 삼지연시에 지도를 내려왔는데 시의 실태를 파악하면서 오점으로 본 것이 바로 시장이었다”며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건물들을 세우고 관광지로 보기 좋게 꾸려 놨는데, 시장은 내외부가 형편없어 봄철위생월간을 맞아 보수작업도 하고 통제도 하려고 2~3일 정도 문을 닫은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리태일이 양강도 당위원장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당 내부에서는 리태일이 삼지연 관광 개발 사업을 맡을 적임자로 평가돼 양강도 당위원장에 앉았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두 달만에 전격 부임지 바뀐 김영환·리태일…임명 배경보니…)

소식통에 따르면 부임 후 삼지연을 찾은 리태일은 ‘삼지연은 언제 어느 때든지 원수님(김 위원장)을 모실 수 있는 제2의 수도로 거듭나야 한다’, ‘삼지연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일떠서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의 영상을 흐리는 시장의 외모부터 바꾸는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당위원장이 다녀간 후 시당(市黨)에서는 시장 내 깨진 보도블록이나 금이 간 담장 및 기둥을 자체적으로 보수하라고 지시했으나, 상인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시장 문을 일시적으로 걸어 잠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시장 폐쇄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가 임박한 줄로 착각했고, 이에 관련 소문까지 나돌았다는 것이다.

시당에서는 시장 문을 닫은 뒤 상인들에게 시장 보수 및 개선사업과 관련한 두 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시장 문을 닫고 상인들이 모두 달라붙어 보수 작업을 하는 방안과 일단 시장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되, 대신 보수에 필요한 돈을 대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 특히 시당에서는 후자의 경우 시건설보수사업소에서 인력을 동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시장 상인들은 두 번째 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시장 문을 닫고 동원돼 일할 바에야 차라리 돈을 내고 시장을 열어 정상적으로 장사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수 작업에 내야 하는 돈은 최고가 (북한돈) 10만 원이고 최저가 5000원인데 10만 원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7만 원으로 낮춰졌다”면서 “그렇다고 돈을 너무 적게 내면 시장 개장 전에 나와 보수 작업을 도와야해 차라리 돈을 많이 내고 장사만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장 상인들이 일정 금액의 돈을 내는 것으로 결론이 난 뒤 시장 문이 다시 열렸고, 내부 보수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보수 작업은 지난 23일에 시작돼 일주일간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일을 두고 일부 시장 상인들은 ‘삼지연 건설 3단계 공사가 한창이니 세멘트(시멘트) 같은 자재가 많이 들어왔을 텐데, 그것으로 시장도 보수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자재가 이미 확보 돼있는데 우리가 왜 돈을 내야하나’, ‘국가가 이참에 돈을 거둬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등의 불평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시당에서는 시장 주변에 노점상을 벌여 놓는 메뚜기 장사꾼들이 도시의 미관을 흐린다는 도당위원장의 지적에 시장 밖 비합법적인 장사활동을 통제·단속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도당위원장은 삼지연시를 지도하면서 시 상업부장과 시장관리소장을 불러들여 ‘임의시각에도 원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시장 주변에서 지저분한 것들을 다 없애고 평소에 이를 잘 통제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시 보안서장에게는 ‘이것은 오늘 내일 강조됐던 일이 아니지 않냐’면서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도당위원장이 시장 밖 비법적인 장사행위를 뿌리 뽑으려고 이를 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후 시장관리소는 시장 밖 길거리 장사꾼들에게 ‘시장 안에서 장세를 내고 물건을 팔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비법적인 장사활동으로 여겨 단속하고 물건을 몰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시장 주변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본보는 앞서 삼지연읍 시장의 시장관리소가 지난 15일 개장을 1시간여 앞두고 갑자기 상인들에게 나오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시장 밖에서의 장사행위도 모두 금지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삼지연 시장 문 닫았다… “1호 행사 임박” 소문도)